강태식 소설 <58화>
“개소리 집어치워! 돈이나 내놔!”
“오! 역시 와일드해!”
남자는 고개를 끄떡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현찰은 없어. 지금은 카드뿐이야. 혹시 카드 결제도 돼?”
남자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며 애원하듯 물었다. 손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몇 장의 카드가 땅바닥에 떨어져 흩어졌다. 남자는 카드를 주우려고 몸을 숙였지만 계속 헛손질만 해댔다.
“내가 왜 이러지? 이렇게 흥분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야. 몸속에 있는 아드레날린 화산이 대폭발을 일으켰어. 제어가 안 돼. 그래도 침착하자. 침착할 수 있지?”
남자는 한동안 자신의 상태를 진단한 뒤 격려의 말까지 덧붙였다.
“병신! 바보! 씹새끼!”
자기를 향해 험한 욕을 퍼붓기도 했다. 이 인간 완전히 미쳤잖아. 식칼 아줌마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제발 부탁이야. 으! 나 지금 머리끝까지 달아올랐어. 아! 이대로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 오! 이런 나를 어떻게 좀 해줘. 우! 지금은 현찰이 없지만 돈을 확실하게 줄게. 은행에 가서 뽑으면 돼. 약속해. 그러니까 일단 가!”
일이 복잡하게 됐다. 약속까지 했으니까 돈은 확실하게 줄 모양이었다. 하지만 은행에 가는 건 좀 귀찮았다.
“얼마나 줄 건데?”
“얼마든지 줄게.”
“정말이야?”
“정말이야.”
남자가 식칼 아줌마를 데리고 간 곳은 카드 결제가 가능한 인근의 러브호텔이었다.
“은행이 아니잖아?”
“여기까지 와서 왜 이래?”
방에 들어서자마자 남자는 식칼 아줌마를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온몸의 무게를 사용해 돌진해 들어오는 불도저식 공격이었다. 식칼 아줌마라는 밀대를 앞세워 벽을 뚫은 다음 거침없이 옆방으로 진출하려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남자는 불을 뿜어내는 용처럼 입을 쩍 벌리고 고열의 거친 숨을 토해냈다. 엄청난 열기가 식칼 아줌마의 얼굴을 달구고 있었다. 구취도 심했다. 남자의 입에서는 내장에서 소화되고 있는 음식물 냄새가 물씬 풍겼다. 어쩔 수 없이 입으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게다가 남자와 벽 사이에서 샌드위치 당하고 있는 것도 기분 나빴다.
“밀지 마! 죽고 싶어?”
식칼 아줌마가 성난 사자후를 토해내려는 순간, 남자의 입술이 식칼 아줌마의 입을 거칠게 뒤덮었다. 바로 남자의 혀가 밀고 들어왔다. 식칼 아줌마의 구강이라는 무대를 스테이지 삼아 현란한 몸놀림을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축축하고 미끌미끌한 프로펠러가 입 안에서 팔락팔락 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게 첫 키스였다.”
슬프고 억울했다. 남자의 침이 수문을 개방한 것처럼 쏟아져 들어올 때는 섬뜩하고 오싹하기까지 했다. 무언가 소리를 내면서 부서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물건이 아니었다. 식칼 아줌마의 내부에 있는 소중한 어떤 것이었다. 프로펠러를 입 안에 머금은 채 부서지고 망가져가는 느낌이었다. 식칼 아줌마는 고개를 돌려 남자의 고기 프로펠러를 뱉어냈다.
“뭐야, 프로답지 못한 이 행동은? 장사 똑바로 해! 너 지금 몸은 줘도 입술은 못 준다는, 뭐 이따위 알량한 아마추어 근성으로 일하겠다는 거야?”
흥분한 남자가 위아래로 방방 뛰며 거칠게 소리쳤다.
“프로면 프로답게 굴어!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기브앤드테이크 몰라? 계산은 정확하게 해. 줄 건 확실하게 주고 받을 건 확실하게 받는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들어? 이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야. 그런데 내가 살면서 보니까 말이야. 너처럼 받아 처먹기만 하고 오리발을 내미는 쓰레기들이 꽤 많아. 뼛속까지 썩어 문드러졌어. 너 같은 쓰레기들 때문에 자본주의경제 질서가 무너지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도 문제가 생기는 거야. 이건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근절해야 해. 수요와 공급의 법칙도 모르는 쓰레기들은 싹 잡아다가 확실하게 교육시켜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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