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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17 09:38 수정 : 2014.11.17 09:38

강태식 소설 <가드를 올려라> ⓒ이현경



강태식 소설 <60화>



식칼 아줌마는 전면 성형수술의 그날을 위해 착착 적금을 부어나갔다. 한 푼 두 푼 아껴가며 복수를 준비했다. 그리고 드디어 운명의 그날이 도래했다. 식칼 아줌마는 팬시점에서 구입한 여배우의 대형 브로마이드를 말아들고 성형외과를 찾아갔다.

“지금도 완벽하신데 어디를 고치시게요?”

의아해하는 성형의 앞에서 식칼 아줌마는 준비해온 브로마이드를 펼쳤다. 외국 여배우의 대형 사진이었다. 주로 코믹 멜로나 휴먼 드라마 풍의 영화에서 성격파 배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여배우였다. 이 여배우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프로가 공중파를 타고 방송된 적도 있었다. 개성적인 얼굴에서 묻어 나오는 슬픔이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제목은 〈외모를 극복한 사람들〉이었다.

“완벽한 얼굴을 이 지경으로 망가뜨린다는 건 죄악입니다.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만행입니다.”

의사들은 저마다 성형의로서의 사명감과 직업윤리를 내세우며 집도를 거부했다. 몇 곳을 돌아다녀도 대답은 한결같았다.

“왜 하늘이 내려준 미모를 거부하는 겁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 같은 미모를 얻기 위해 고통을 참아가며 눈을 째는지, 목숨을 내놓으면서 턱을 깎는지 알고나 있습니까? 그 사람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단 말입니까?”

식칼 아줌마를 꾸짖으며 화를 내는 성형의도 있었다. 하지만 식칼 아줌마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복수의 일념은 그만큼 집요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식칼 아줌마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성형외과 순회를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그날 찾아간 강남의 모 성형외과에서 식칼 아줌마는 드디어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 견적을 뽑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 안면 전반부에 걸친 대대적인 수술이라 수술 전 주의사항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날, 식칼 아줌마가 펼쳐든 브로마이드를 보고 성형의가 한 말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저도 이 배우 왕팬입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우리의 식칼 아줌마는 지금의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가슴 아픈 이야기네요.”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스토리가 담겨 있는 식칼 아줌마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미모의 흔적은 요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팠다.

얼굴 붕대를 풀고 거울 앞에 서던 날, 식칼 아줌마는 하루 종일 울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손가락 끝으로 더듬으면서 계속 눈물만 흘렸다. 이렇게까지 망가질 줄이야, 현실감이 없었다. 되돌릴 수만 있다면 당장에라도 모든 걸 되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생각해보면 모든 게 정말 순식간이었다. 뒤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직진만 계속했다. 처음 한 발을 헛디디자 다음 한 발도 어긋났다. 어느새 발을 멈출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가 여기까지 달려와버렸다. 이렇게까지 추한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돌주먹만 아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다. 사랑하는 두 동생들을 하반신 불수로 만들고, 자신마저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돌주먹이었다. 거울을 보고 있자니 더더욱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 원수는 반드시 갚는다! 식칼 아줌마는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복수의 결의를 다졌다.

“왜, 결과가 마음에 안 드세요?”

손거울을 들고 있던 성형의가 식칼 아줌마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수술은 잘된 편인데…….”

완벽했다. 돌주먹이 알아볼 리 없었다. 그걸로 족했다. 소소와 아령도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누구세요?”

식칼 아줌마가 정체를 밝히자, 소소가 식칼 아줌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사형, 대체 왜 이런 짓을…….”

아령은 오열을 토하며 울부짖었다.

“아니야! 아니야! 이건 아니야!”

하지만 식칼 아줌마는 정색을 하며 두 동생들의 슬픔을 외면했다.

“이 모두가 대의를 위한 것이다. 두 아우들은 그리 알라.”

얼굴을 바꾼 식칼 아줌마는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한 달여에 걸쳐 돌주먹의 일상을 철두철미하게 체크했다. 돌주먹은 시내에 직장을 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아직 독신이라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다. 생활 패턴도 그만큼 단순하고 무미건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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