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식 소설 <62화>
식칼 아줌마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허를 노리고 있다가 그곳을 찌르기 위해서는 은근과 끈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돌주먹은 호락호락한 인간이 아니었다. 좀처럼 허를 드러내지 않았다. 바늘 하나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복수를 못 하게 될지도 몰라,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돌주먹은 정시에 퇴근했고, 평소처럼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밥을 먹고 설거지를 마친 뒤, 한 시간여에 걸쳐 꼼꼼하게 집 안 청소를 했다. 거실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어둠이 내리고 밤이 찾아왔다. 어느새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잠복 중이던 식칼 아줌마는 그날따라 돌주먹의 움직임이 불안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밥을 먹을 때도 젓가락을 몇 번씩이나 떨어뜨린다든지,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계속 리모컨을 눌러 채널을 바꾸는 등 왠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왜 저러지?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우비를 착용하면서까지 수중 잠복을 강행했던 이유도 돌주먹의 비정상적인 행동 패턴 때문이었다. 분명히 뭔가 있어! 식칼 아줌마는 돌주먹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 감시했다. 그날 밤, 돌주먹은 드디어 자신의 약점을 드러냈다. 계속 성벽 어딘가에 있는 약점을 찾아 헤맸는데 알고 보니 성문이 열려 있더라, 그런 느낌이었다.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돌주먹은 솔로였다. 여자관계도 깨끗했다. 그래서 그쪽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몇 번 자위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렇게 성욕을 푸는 줄 알았다. 하지만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따로 있다는 건 몰랐다. 여자라서 놓치고 지나간 포인트였다. 결국 돌주먹에게도 여자가 필요했다. 정확히 말하면 손으로 어떻게 안 되는 부분을 해결해줄 여자의 몸이 필요했다. 돌주먹은 밤늦게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식칼 아줌마는 망원경을 통해 그 모습을 지켜봤다. 모니터 화면에는 한 줄 혹은 두 줄짜리 짧은 대화가 착착 숨 가쁘게 올라오고 있었다. 대화의 내용까지는 알 수 없어 안타까웠다. 하지만 쪽지를 받거나 보낼 때 사용하는 대화창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모습은 망원경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왠지 눈에 익은 화면이었다. 식칼 아줌마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했다. 분명히 아는 사이튼데? 어디서 봤더라? 아, 그래! 식칼 아줌마는 탁, 하고 무릎을 내리쳤다. 한창 매춘업에 종사하며 몸을 팔던 시절, 식칼 아줌마는 몇 곳의 채팅 사이트를 고객 유치용 창구로 이용한 적이 있었다. 돌주먹이 접속하고 있는 채팅 사이트도 그중 하나였다. 이름도 생각났다. 몰라몰라 성인 대화방. 음란한 용어들이 난무하고, 초 단위로 뜨거운 신음 소리가 올라오는가 하면, 수준 낮은 네티즌들의 비방과 욕설이 종횡무진 하는 그런 대화방이었다. 무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지만 정식으로 가입하지 않으면 이용 자체가 불가능한 사이트였다. 가입 양식에는 주민등록번호라든지 전자우편 주소, 연락처, 현 거주지 등을 기재하는 난이 있어서 자칫 소중한 개인정보가 유출, 악용될 위험성도 안고 있었다. 돌주먹은 그런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채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목적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식칼 아줌마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바로 저거다! 저기를 공략하면 돌주먹은 무너진다! 건물 옥상에서 내려온 식칼 아줌마는 곧장 근처 피시방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로그인을 하자마자 돌주먹이 접속해 있는 채팅 사이트 창을 모니터에 띄웠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대화방에 접속했다. 식칼 아줌마의 대화명은 ‘물오른 피조개’였다. 하지만 돌주먹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전체 접속자 중 90퍼센트 이상이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남자 사람이었다. 식칼 아줌마는 대화명을 죽 살폈다. 백만 스물하나, 돌격 앞으로, 20센티미터-거짓말 아님 등 모르는 대화명이 꽤 많았다. 하지만 똘똘이 아빠, 원초적 본능, 대물처럼 대부분은 낯익은 이름들이었다. 그중에 돌주먹이라는 대화명이 눈길을 끌었다. “그때 돌주먹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았다.” 특이했다. 원색적이지 않은 대화명은 돌주먹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쪽지를 보냈다. 물오른 피조개님 : 오빠, 나랑 놀래? 답장은 바로 도착했다. 돌주먹님 : 그럼 이리로 와. 식칼 아줌마는 돌주먹이 만들어놓은 대화방으로 들어갔다. 물오른 피조개님 : 우선 자기소개 좀^^ 몇 줄의 짧은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에 식칼 아줌마는 확신했다. 이 돌주먹이 바로 그놈이다! 식칼 아줌마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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