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식 소설 <64화>
한동안 이런 식의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대화창은 욕정에 찬 돌주먹의 문장들로 도배되고 있었다. 한편 식칼 아줌마에게는 몇 개의 정해진 매뉴얼이 있었다. 감탄사를 날리고 이모티콘을 넣었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었다. 너무 잦은 반응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었다. 늦은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었다. 낄 때 끼고 뺄 때 뺄 줄 아는 테크닉이 필요했다. 식칼 아줌마는 숙달된 프로의 솜씨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돌주먹을 요리해나갔다. 상황에 따른 어휘 선택에도 신중을 기했다. 그렇게 돌주먹은 물오른 피조개를 상대로 후끈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식칼 아줌마가 깔아놓은 떡밥을 날름날름 주워 먹으며 깊게 파인 복수의 함정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었다.
한 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채팅을 마치고 식칼 아줌마는 피시방에서 나왔다. 돌주먹과의 번개를 위해서였다. 그 전에 약속 장소를 정하고 잠깐 전화 통화도 했다.
“꼭 나올 거지? 도망치지 마.”
“웅.”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도망칠 이유가 없었다. 피시방에서 나온 식칼 아줌마는 곧장 약속 장소로 향했다.
“혹시…… 물오른 피조개?”
“돌주먹?”
처음부터 어색함 같은 건 없었다. 만나서 대화명을 확인하자마자 둘은 모텔에 투숙했다.
“평범한 여자였다면 살아남지 못했다.”
식칼 아줌마는 모질고 힘들었다는 말로 그날 밤을 회상했다. 악의 에너지의 위력을 얕본 게 실수였다. 매춘 시절을 거치면서 충분히 단련되었노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돌주먹의 파워는 식칼 아줌마의 상상 이상이었다. 정신력으로 버텼다. 고강한 내공이 아니었다면 목숨이 위험했다. 돌주먹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땅이 흔들리고 물건들이 부서졌다. 천장에 매달려 있던 조명이 깜빡깜빡,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1라운드 초반부터 식칼 아줌마는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후들후들, 다리가 떨렸다.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어금니를 악물었다.
땡! 공이 울렸다. 발사를 마친 돌주먹은 잠시 자신의 코너로 돌아가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식칼 아줌마도 자신의 코너로 돌아왔다. 공이 살린 기분이었다. 욱신욱신, 온몸이 안 쑤시는 데가 없었다. 눈꺼풀도 천근만근 무거웠다. 식칼 아줌마는 잠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것 같았다. 그냥 이대로 쓰러져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때, 땡! 2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렸다.
“오빠. 나, 더는 더는…….”
식칼 아줌마는 사각의 링 위에 수건을 던졌다. 하지만 돌주먹은 계속 허리를 움직이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5라운드 중반에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인간은 섹스머신이다! 섹스를 위해서 설계 제작된 기계다! 라운드가 거듭되는 사이에 현실감도 사라져버렸다. 이름을 물어봐도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나이는? 가족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식칼 아줌마는 흐린 눈으로 돌주먹을 올려다보았다. 이 사람은 누구지? 도대체 내 몸 위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10라운드가 끝나갈 무렵, 식칼 아줌마는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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