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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식 소설 <가드를 올려라>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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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식 소설 <80화>
구둣주걱 아저씨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사람이 참 어둡다.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진다. 해가 진 것도, 전기가 나간 것도 아닌데,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면 거기에는 언제 왔는지 구둣주걱 아저씨가 서 있다.
“뭘 봐?”
어두운 눈빛, 어두운 표정,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부 어둡다.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정말이다. 구둣주걱 아저씨는 어둠을 뿜어낸다. 가까이 갈수록 어두워진다. 구둣주걱 아저씨가 근처에 있으면 책 같은 건 읽을 수 없다.
“대신 잠잘 때는 편하잖아.”
스마일 영감님은 언제나 낙천적이다. 구둣주걱 아저씨가 옆에 있으면 낮에도 잠이 잘 온다며 허허허 웃는다.
“낮에 한숨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개운해. 역시 잠이 보약이야.”
영감님 때문은 아니겠지만, 구둣주걱 아저씨가 아지트에 머무는 건 대부분 낮 시간대다. 그러니까 이 아저씨는 일명 올빼미형 인간인 셈이다. 낮에는 둥지에서 쉬다가 밤이 되면 행동을 개시한다. 밤에 뭘 하는지는 아직 모른다.
“조그만 사업을 하나 하고 있어.”
사람이 어두우니까 밤에는 더 안 보인다. 그런 구둣주걱 아저씨가 밤에 하는 사업이라면, 설마……. 자꾸 범죄와 관련된 무서운 생각만 든다. 아무튼 올빼미 둥지, 구둣주걱 아저씨는 이곳 아지트를 그런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영감님이야 여기가 집이니까 늘 아지트에 상주하고 있지만, 다른 멤버들은 일과가 끝나는 오후나 돼야 하나둘씩 이곳에 나타나 출근도장을 찍는다. 식칼 아줌마는 주부니까, 청소도 해야지, 빨래도 해야지, 살림을 하느라 낮에는 시간이 없단다. 대걸레야 멤버들 중 유일하게 직장이 있는 인간이니까 바쁜 건 당연하다. 그나마 시간이 펑펑 남아도는 건 살림도 안 하고 직장도 없는 이 몸 정도다. 하지만 회사 다닐 때의 알량한 습성 때문일까? 아직은 환한 거리가 낯설다. 어딜 가든 퇴근 시간이 지나야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아지트에도 뉘엿뉘엿 해가 저무는 초저녁쯤 얼굴을 내밀게 된다. 그런 이유로 내 경우, 낮에는 집에서, 밤에는 아지트에서, 이렇게 하루에 한 차례씩 장소를 이동해가며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
“너, 겁도 없이 밤늦게 싸돌아다니더라. 그러다 칼침 맞는다.”
평일 저녁 아지트에 가면 벌써 가고 없거나, 막 가려고 일어서는 구둣주걱 아저씨를 볼 수 있다. 때로는 아지트 입구나 건물 계단에서 마주칠 때도 있다. 아지트가 회사라면, 구둣주걱 아저씨는 퇴근하는 길이고, 나는 이제 막 출근하는 길이다. 안녕하세요. 지금 오냐?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런 다음 구둣주걱 아저씨는 꼭 위와 같은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는다. 입을 열 때마다 주위가 어두워진다. 아무리 봐도 사교성 멘트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본격적인 공갈협박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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