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식 소설 <91화>
성과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어. 불륜에, 매춘에, 원조에……. 이 나라와 이 민족을 위해 당신의 한목숨 초개와 같이 버리신 애국선열들께서 보셨다면 아마 땅을 치며 피를 토할 때까지 대성통곡하셨을 거야. 아들이나 딸뻘밖에 안 되는, 새파랗게 어린 이 나라의 새싹들을 옆에 끼고, 때로는 차에 태우고 모텔로 들어가시는 사장님과 사모님들. 혹은 그 사장님과 사모님들끼리 결성한 자발적인 불륜 커플들……. 너무 많았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말이야. 찰칵찰칵,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르다 보니까 나중에는 손가락에 마비가 올 지경인 거야.
아무튼 돈이 좋기는 좋아. 돈만 있으면 젊고 싱싱한 몸뚱이를 사다가 물고 빨고 주무르고 핥아대면서 마음껏 쑤셔댈 수가 있어요. 하여간 돈만 있으면 이 나라처럼 살기 좋은 나라도 없을 거야. 물론 반대로 돈이 없으면 이 나라처럼 살기 힘든 나라도 없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이 나라에서는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니까. 반대로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된다는 소리야. 안 되는 게 어디 있고, 불가능한 게 어디 있어. 일단 돈을 처발라봐. 안 되는 걸 되게 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게, 노를 휙 예스로 뒤바꾸는 게 이 나라에서는 바로 돈이라는 종이 쪼가리거든. 전지전능한 돈은 이 나라의 신이야. 황금만능주의와 배금사상에 물든 국민들은 돈의 신도들이고.
이번에도 인터넷에 들어갔어. 온통 돈에 미친놈들뿐이더라고. 말이 대금결제고 요금납부지, 돈만 주면 뭐든지 다 해주겠다는 식이야. 출장매춘은 기본 중의 기본이더만. 두당 얼마씩 대금을 결제하면 원하는 사람을 죽여주는 업체까지 있더라고. 여기다 대면 신원조회 정도야 한낱 조족지혈, 새 발의 피지.
우선 사진을 전송해. 대금은 관련 정보가 이쪽 메일로 도착한 다음에, 그 정보가 사실과 틀림이 없다는 게 확인된 뒤에 후불제로 결제하는 방식이었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운영되는 영세업체라고 얕볼 게 아니더만. 누구의 신원조회를 의뢰하든 의뢰한 다음 날 재깍재깍 도착하는 거야. 그럼 난 거기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지. 로빈 후드처럼 활을 쏠 수도, 홍길동처럼 도술을 부릴 수도 없으니까 말이야.
“여보세요? 아무개 되시는 분이 본인 맞으시지요?”
“예, 그런데요. 실례지만 누구신지?”
“예,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모월 모일경 사모님께서 여차여차한 모텔에 이러저러한 남자분과 투숙하시는 장면은 물론, 홀딱 벗은 사모님과 역시 홀딱 벗은 남자분이 다양한 자세를 선보이시며 물고 빨고 핥으며 쑤셔대는 장면까지 카메라에 담아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아무개라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죽 읊어주잖아, 그럼 바로 가격흥정이 들어오고,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계좌번호도 문의해와.
“거래은행과 계좌번호가?”
물론 이런 흥정은 이쪽에서 부르는 게 값이야. 하지만 이 바닥에도 상도덕이라는 게 있거든. 다 정해진 가격이 있어요. 정찰가 말이야. 신원조회 항목 중에는 경제 관련 정보도 있어. 1년 연봉이 얼만지, 집에 차가 몇 댄지, 소유하고 있는 주택과 건물 수가 몇 챈지, 일목요연하게 브리핑돼 있거든. 그걸 보고 정해. 무리하지 않고 끌어다 쓸 수 있는 한도금액 내에서, 몰래 써도 들키지 않고 잡음 없이 넘어갈 수 있는 품위유지용 자금 내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거야. 물론 개중에는 흥정에 익숙하지 않은 사모님들도 몇 분 계셔. 백화점 같은 데나 들락거리면서 명품만 상대해봤지, 어디 장바구니 들고 재래시장에 가서 흥정다운 흥정 한번 해봤겠냐고? 어쩔 수 없지 뭐. 마음 넓은 이 몸이 알아듣기 쉽게 다시 한번 설명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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