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식 소설 <104화>
그래, 유료 화장실. 필요한 사람들에게 화장실을 대여해주고 일종의 커미션, 즉 이용료를 받는 거지. 그러니까 어엿한 서비스업이야. 너도 겪어봐서 알겠지만 대한민국만큼 화장실 인심이 각박한 나라도 별로 없어요. 밖에서 화장실 한번 쓰기가 보통 어려워야 말이지. 매장 안에 깊숙이 짱 박아두고 자기들끼리만 얌체같이 쓰거나, 아예 처음부터 문전박대, 철커덩! 잠겨 있기가 일쑤거든. 하지만 갑자기 발동 제대로 걸린 사람한테는 이게 또 엄청난 재앙인 거라. 1초 상간으로 천국과 지옥이 교차하는데 바지 내릴 곳은 없지, 이게 정말 죽을 맛이라니까. 그렇다고 점잖은 체면에 노상방뇨를 할 거야, 어쩔 거야? 걸리면 벌금이 얼만데……. 그래도 작은 건 어떻게든 방법이 있어요. 하지만 노상에서는 해결 안 되는 큰 건,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이따만 한 건 어쩌실 거냐고? 바지에 쌀 거야? 액체도 아닌데 조금씩 싸서 말릴 거야? 괜히 사람 안 보인다고 슬쩍 바지 내리다가 그게 휴대전화 동영상 같은 데 덜컥 찍히면? 누가 그걸 개인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리면? 어라, 하는 사이에 검색 순위 1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길똥남’이나 ‘급똥남’으로 불리면? 그때는 땅을 치며 후회해봤자 소용없거든. 사람 인생 망가지는 거, 그게 정말 한순간이라니까.
그 전에도 물론 문 열어달라고 노크하는 사람들은 많았어. 하지만 그때는 그걸로 돈 벌 생각을 못 했지. 확실히 궁하면 통한다고, 굶어 죽으라는 법은 없나 봐.
“쾅, 쾅, 쾅!”
고객이 문을 두드리면 일단 열어줘.
“이크! 여기 사람 사는 가정집이네.”
화장실이 아닌 걸 알면서도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그런 고객들에게 가격표를 내미는 거야.
소변은 5,000원, 대변은 만 원에 봉사하고 있습니다. 이용료는 선불이오며, 입실 후에는 금연이오니 이 점 양지하시어 이용에 차질 없으시길 바랍니다. -主人 白-
물론 소변 5,000원에 대변 만 원이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좀 비싼 가격일 수도 있어. 하지만 항문이 열릴 것 같은데, 방광이 터질 것 같은데, 세상이 노랗게 보이고 싸지 않으면 꼭지가 돌아버릴 것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인데, 그깟 5,000원, 만 원이 아까워서 그냥 가겠느냔 말이야. 아니지, 절대 아니거든. 5,000원, 만 원이 아니라 만 원, 2만 원을 받아도 비싼 게 아니라니까. 요단강 건너는 사람을, 북망산천 바라보며 길 떠나는 사람을 살려주는데 고작 5,000원, 만 원이면 저렴하다 못해 거저지, 거저. 게다가 고객들 입장에서도 그래. 돈 몇 푼에 활짝 천국의 문이 열리는 거야. 그 쾌감과 그 평화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의 극치를 5,000원, 만 원에 사는 거야. 어느 누가 마다할 수 있겠느냐고. 이 사업의 메리트 중 하나가 바로 이거야. 의류 매장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사업체랑은 차원이 달라요. 만지작만지작 물건에 손때만 묻혀놓고 나중에 올게요, 획 가버리는 손님이 절대 없다는 거. 일단 오면 지갑을 열고 현찰을 꺼낼 수밖에 없다는 거. 게다가 이 사업에는 이런 메리트도 있어. 아이디어만 있으면 부수입은 얼마든지 창출해낼 수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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