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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22 09:36 수정 : 2015.01.22 09:36

강태식 소설 <106화>



10.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성인 남성의 월평균 최소 생활비는 얼마나 될까? 만약 매스컴에서 내게 이런 설문을 한다면 나는 그들이 깜짝 놀랄 만한 액수를 제시할 수 있다.

“그 돈으로 정말 생활이 가능합니까?”

가능하다. 여기 있는 이 몸이 바로 그 산증인이다.

“무슨 비결이라도?”

비결 같은 건 없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생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된다. 생활비가 저렴하면 생활의 질도 저렴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저비용 고효율 같은 말은 잊는 게 좋다. 애초에 그런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입고 싶은 거 안 입고, 사고 싶은 거 안 사는 근검절약의 자세를 가슴속 깊이 새기고 간직해야 할 일이다. 겸허한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여라. 굶어 죽지 않는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도 길러보자. 돈이 굳는다.

식사는 무조건 집에서 해결한다. 외식 같은 건 잊은 지 오래다. 요즘은 쌀보다 라면이 더 비싸다. 돈도 돈이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당신이라면 우리 몸에 좋은 밥을 적극 추천한다. 밥은 좋지만 반찬이 문제일 수도 있다. 젓가락 가는 반찬이 없다. 가짓수도 몇 개 안 된다. 그런 당신이라면 스스로를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현실을 받아들일 만큼 나의 마음은 충분히 겸허해졌는가? 스스로의 처지에 맞는 정신무장은 빈틈없이 투철한가? 꼼꼼히 체크하면서 인격도야에 힘쓰자. 인격이 성숙한 사람에게는 반찬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찬을 투정하기 전에 먼저 내면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자.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과감하게 버렸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많이 먹는다. 그래서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성인질환에 걸린다. 소식하면 장수할 수 있다. 하루 분량의 연료는 두 끼로도 충분하다. 위가 줄어들면 배고픔도 그만큼 덜 느끼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굳는다.

두 시간 내의 거리는 무조건 도보로 이동한다. 도보 이동이라고 얕보면 안 된다. 한 걸음당 평균 이동 거리를 50센티미터라고 잡을 때, 초당 두 걸음 정도의 속도로 걷는다면 한 시간 동안의 이동 거리는 무려 3.6킬로미터나 된다. 그러니까 두 시간 동안 걸으면 7.2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다. 어마어마한 거리다. 집을 중심으로 반지름이 7.2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원이 그려진다. 그 안에 모든 게 다 있다. 도보로 두 시간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그렇게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어느새 사색과 명상에 잠겨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설계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냥 걷는다. 아무 생각 없이 한 발, 두 발 걸음을 옮긴다. 아픈 지난날도, 초라한 현실도, 불안하기만 한 미래도 모두 잊힌다. 쳇바퀴 같은 일상의 굴레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머리를 식히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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