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식 소설 <107화>
체력단련에도 쏠쏠치 않게 도움이 된다. 걷기는 전신운동이다. 다리에 힘이 붙고, 아랫배가 들어간다. 따로 헬스장 같은 곳에 다닐 필요가 없다. 하루에 두 시간 이상씩 걸으면 건강하고 슬림한 몸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식칼 아줌마의 모래주머니를 착용하고 걷기 때문에 운동효과는 배가 된다. 5킬로그램짜리 두 개를 발목에 차고 있으면 웬만한 바람에는 끄떡도 없다. 착, 땅바닥에 발을 붙이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도 무거운 건 사실이다. 10분만 걸어도 벌써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30분 정도 걸으면 아무 데나 앉아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30분마다 한 번씩 쉬는 시간을 가졌다.
5분쯤 앉아서 다리도 쉬고 땀도 식혔다. 어깨로 숨을 쉬며 가쁜 호흡을 골랐다. 처음 얼마 동안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졌다. 얼마 전부터는 한 시간 이상 걸어도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부쩍 향상된 체력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도보 이동의 장점은 이뿐이 아니다. 무엇보다 돈을 굳힐 수 있어서 좋다.
생각해보면 돈을 굳힐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안 쓰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아두면 전기세를 아낄 수 있다. 양변기 수조에 벽돌을 넣어두는 것도 수도세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형광등을 켜놓으면 계량기가 돌아간다. 그래서 책을 읽고 싶은 땐 밖으로 나간다. 바람도 쐬고 일광욕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밥은 먹을 만큼만 한다. 냉장고를 정리해두면 버리는 음식도 줄일 수 있고, 불필요한 전력낭비도 막을 수 있다. 바닥이 넓은 냄비를 사용해보자. 열효율은 올라가고 가스비는 내려간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굳힐 수 있다. 문제는 마음가짐이다. 생활의 불편함을 꿋꿋이 헤쳐나갈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과, 근검절약이라는 네 글자 아래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불굴의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돈이 빠져나가는 구멍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세심함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물질이 아닌 다른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안빈낙도의 자세, 이야말로 저연비 생활의 필수요건이다. 곰팡내를 사랑해보자. 등이 까만 바퀴벌레에게 애정을 쏟아보자.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얼마든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치면서 아껴 써도 나갈 돈은 확실하게 나간다. 지출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생활에는 비용이 든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한다. 식비도 그렇고 공과금도 그렇고,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간다. 물론 피땀 흘리며 절약한 덕분에 액수 자체는 얼마 되지 않지만, 수입이 없는 상태라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압박이 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