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9.03 10:02 수정 : 2014.09.03 10:02

조수경 소설 <8화>


8.

함께한 여행의 마지막 날, 우리는 사막의 한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에서 묵었다. 입구에 야자수 모양의 네온 등을 켜놓은 모래 먼지로 뒤덮인 모텔이었는데, 이름과는 달리 급수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다.

태양이 아직 머리 위에 떠 있었지만 그녀는 내 손을 끌고 주차장으로 나갔다. 당장 메뚜기 사체를 닦아내라는 것이었다. 양동이에 물을 떠 와 죽은 메뚜기들을 닦아내는 동안, 그녀는 의자를 가져다 주차장 한가운데에 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땡볕 아래에서 몸을 움직이니 금세 현기증이 일었다. 차 안에 있던 생수병을 꺼내 물을 들이켰다. 미지근하게 데워진 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간 자리마다 다시 갈증이 거친 풀처럼 돋아났다.

물을 마셔. 의식적으로.

차 앞 유리에 물을 끼얹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한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무릎을 끌어안았다. 그녀는 바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볕도 공기도 뜨거워 주변의 모든 사물이 하나둘씩 가볍게 떠올랐다가 증발되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뭘 보는 거야?

저기, 뱀이 있어.

그녀가 가리키는 곳에 바위가 보였다. 불길처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사이로 바위 옆에 비슷한 색깔의 외피를 가진 방울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슷. 슷.

그녀는 입술을 뒤틀며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그만해.

슷. 스읏.

그만하라니까!

그녀가 뭔가 불길한 것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만 같아 나는 소리를 질렀다.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더 크고 더 소름 돋는 소리를 냈다.

슷. 슷. 스으읏.

소리를 듣고 뱀은 세모꼴의 머리를 그녀 쪽으로 치세웠다. 그리고 꼬리를 미세하게 떨며 방울 소리를 냈다. 그녀와 뱀이 마주 보고 있는 기괴한 장면을 바라보다가 나는 허벅지를 긁었다. 언제인지 모르게 벌레에게 물린 자리였는데, 가만 보니 그것이 꼭 뱀의 독니에 물린 자국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아지랑이 사이로 뱀처럼 혀를 날름거리는 그녀와 그녀 발밑에서 일제히 꼬리를 파르르 떨고 있는 수십 마리의 방울뱀을 보았다. 누군가 등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척추를 타고 소름이 오스스 돋아났다. 나는 눈을 비볐다. 눈앞에 떠다니는 것이 아지랑이인지, 뱀인지, 그녀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한겨레출판 문학웹진한판 바로가기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조수경의 <오아시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