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경 소설 <10화>
내 아랫도리에 얼굴을 처박고 있던 G가 나무를 타고 오르듯 배와 가슴을 짚으며 다가와 입을 맞추었다. 팬은 쉬지 않고 빙글빙글 돌았다. 나는 G를 바라봤다. G는 뱀처럼 길게 혀를 내밀고 내 입술을 핥았다. 혀끝에 달린 은색 피어싱에서 방울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축축한 혀가 닿을 때마다 G의 피에 흐르고 있는 뜨거운 독이 내 몸 안으로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G의 얼굴 위로 그녀의 얼굴이 겹쳐졌다.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뱀을 마주 보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어쩌면 나는 G를 처음 만난 그날부터 G에게서 그녀를 본 건지도 몰랐다. 그녀로부터 도망친 나는 또 다른 그녀를 찾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함께 살았던 J도, 샌프란시스코의 X도, 뉴욕의 B도, 마이애미에서의 O도, 모두 그녀가 벗어놓은 허물들이었다.
라디오에서는 아직도 노숙 생활을 끝낸 배우와 그의 죽은 연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그는 결국 돌아갈 거야. 그의 거리로.
나는 모국어로 중얼거렸다. G는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
후안, 방금 뭐라고 한 거야? 달콤한 말? 아니면 더러운 말?
재미있다는 듯 깔깔거리며 G는 내 입술을 물었다.
그녀는, 아직도 여행 중일까.
천장에서 빙빙 돌아가는 팬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다 나는 눈을 감았다.
(이상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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