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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농반어의 한적한 해안마을이었던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안도로 변은 7~8배 이상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최근 3~4년 사이 다른 지방에서 들어온 이주민들이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등을 잇따라 열어 카페촌으로 변모하면서 생긴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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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쏙] ‘천정부지’ 제주 부동산
제주도의 땅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1~11월의 땅값 상승률은 3.181%로 새도시를 건설중인 세종시를 제외하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일반 토지만이 아니라 주택과 경매 시장도 뜨겁다. 중국 자본의 투자와 꼬리를 무는 내국인의 제주 이주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주민들은 해안가의 돌담을 낀 옹색한 집들을 카페로 바꾸거나 알록달록한 색을 칠한 게스트하우스로 바꿔놓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해안가뿐만 아니라 감귤밭 등 농지나 중산간(산지와 해안지대의 중간에 있는 지역) 마을의 부동산 가격도 올려놓고 있다. 땅 주인들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반기지만 이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제주 전역에서 치솟는 부동산 가격 11일 찾은 제주시 아라동 택지개발지구에는 곳곳에서 연립주택을 짓고 있었다. 신규 주택들이 넘쳐나고, ‘임대 문의’ 안내를 붙인 곳도 여러곳 있었다. 대기업을 명예퇴직한 강아무개(54)씨는 3년 전 명퇴금으로 이곳 땅 400여㎡를 3.3㎡(1평)에 160만원에 샀다가 3개월 전 380만원에 팔아 2억여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강씨는 “입지여건이 좋지 않아 그 가격에 팔았지만, 괜찮은 땅은 3.3㎡에 400만원가량 된다”고 말했다.
맞벌이부부인 김아무개(48)씨도 최근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감귤원 2900여㎡를 3.3㎡에 45만원씩 매입했다. 취득세와 등록세 등을 포함해 감귤원을 사는 데 4억원이 들어갔다. 2억원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았다. 은퇴 뒤 농사를 짓거나 땅값이 오르면 되팔겠다는 생각이다. 김씨 부부가 산 이 감귤원 주변의 감귤원은 1년 전 3.3㎡가 18만원에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갑절 이상 오른 셈이다. 그래도 김씨 부부는 잘 샀다고 생각한다. 서귀포시 대정읍 해안도로 주변도 3~4년 전 3.3㎡에 70만~8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300만원을 부른다.
서귀포시 남원읍 이아무개(56)씨는 “3년 전 3.3㎡에 100만~150만원 선에 거래되던 위미리 해안도로는 300만원에 거래된다. 최근에는 350만원에 판 사례도 있다”며 “중산간도로 위쪽은 1~2년 전 10만~20만원 선이었으나 지난해 50만원에 팔렸다”고 했다. 올레 7코스 종점인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의 농지도 3~4년 전 80만원 선에서 지금은 100만~200만원에 거래된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김성주(51)씨도 “3~4년 전 마을 택지의 경우 10만~15만원이었지만 지금은 30만원에 이른다”며 “7년 전에 도로변 1320㎡를 3.3㎡에 20만원에 팔았는데 지금은 100만원까지 간다”고 했다. 제주도 전역의 부동산 가격이 뛰고 있는 것이다.
제주 주택 매매가격도 최근 5년(2010년~2014년 10월) 동안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8.0%보다 갑절 가까이 높은 15.3%를 기록했다. 특히 이 가운데 아파트 매매가격의 상승률은 33.7%로, 전국 평균의 11.1%에 견줘 3배 이상 높았다. 경매 시장도 활황세다. 지난해 1월에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농가(연면적 63.61㎡, 대지 274㎡)가 152 대 1의 입찰 경쟁 끝에 낙찰가(3600만원)의 2배가 넘는 236.64%(8529만원)의 낙찰가율을 보여 법원경매 정보가 수집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땅값상승률 세종시 빼면 최고5년간 주택매매가 15.3% 올라
아파트는 33%나…전국 평균 3배 중국인 소유 토지 5년새 300배로
인구도 급증 2013년 60만명 넘어
주택대출도 전국 최고 증가세 도민들 집 구입하기 어려워지고
임대료로 올라 서민생활 힘들어
주거방안·토지거래 규제 등 필요 ■ 중국 자본 투자 열기와 제주 이주자 급증 제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 이지선 한국은행 제주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은 “토지의 경우는 중국인들의 투자 등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다른 곳에 비해 높기 때문에 돈이 몰리고 있다. 토지나 주택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인구의 지속적 증가”라고 분석했다. 2006년 이후 제주도 내 18개 외국인 투자유치 기업 가운데 12곳이 중국 기업이다. 김봉현 제주대 회계학과 교수와 송종철(46) 제주도 부동산중개업협회 사무국장 등은 중국 자본의 투자를 부동산 가격 급등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와 송 국장은 “내국인들은 부동산 가격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를 갖고 있어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되면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반면 중국인들은 브로커들이 개입해 올라가더라도 매입하고, 주변 토지도 동반 상승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 국장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가릴 것 없이 제주도 전 지역에 걸쳐서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 개발 열기가 높은데다 내국인들도 덩달아 투자하다 보니 가격이 상승하는 것 같다. 농지는 중국인들이 직접 매수할 수 없어서 제3자를 대리인으로 내세우거나 법인 형태로 사들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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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부동산 가격 급등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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