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27 17:32
수정 : 2018.11.2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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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당시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과하며 인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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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증언 들으며 눈물 보여
사과문 읽을 때도 눈물 흘려
피해자들 “특별법 제정·검찰 개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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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당시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과하며 인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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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가 법률에 근거 없이 내무부 훈령을 만들고….”
문무일 검찰총장은 준비해 온 사과문을 쉽게 읽지 못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국가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을 형제복지원 수용시설에 감금했다”는 첫 문장을 겨우 읽었다. 흐르는 눈물을 닦기 위해 안경을 벗었다가 다시 썼다. 외압으로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된 상황을 말하며 “이러한 과정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27일 오후 3시 국회가 보이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 2층 교육실에서 문 총장이 1970~80년대 최악의 인권유린 사건으로 꼽히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30여명에게 직접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때 검찰이 진상을 규명했다면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고 후속 조치도 이뤄졌을 것”이라며, 30여년 전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검찰의 과오를 인정했다. 문 총장은 피해자 모두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이고 악수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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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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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대우(57)씨 등 피해자 5명은 형제복지원에서 겪은 일이 이후 자신과 가족의 일생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증언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김씨는 세차례나 형제복지원에 붙들려 갔다고 한다. “(어릴 때 수용돼) 배우지 못한 게 한스럽다. 친구가 없다”고 했다. 박순이씨는 “검찰 책임도 있다. 똑바로 수사했으면 이 자리가 필요 없다”고 했다. 증언이 이어지는 동안 문 총장은 입술을 꽉 다문 채 증언을 경청했고 눈물을 보였다.
1986~87년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검사로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온 김용원 변호사도 이날 ‘후배 검사’의 사과 자리에 함께했다. 그는 “자기반성을 통해 방해받지 않고 거악 척결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검찰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문 총장에게 “선배 검사들의 잘못을 후배 검사들이 책임져달라”고 했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는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검찰에서 강력하게 주장해달라. 모든 인권유린 사건에서 검찰다운 검찰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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