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27 18:42
수정 : 2018.11.2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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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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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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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생존자들을 직접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과거 검찰이 인권침해 실상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바람에 불행한 상황이 지속되게 했다는 취지였다. 1987년 형제복지원 참상이 세상에 알려진 지 31년 만이다. 앞서 문 총장은 지난 20일 과거 법원 판결에 잘못이 있다면서 사건을 대법원에 비상상고했다. 이로써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검찰총장에게 권고한 내용은 일차적으로 실행됐다.
그러나 문 총장도 검찰이 외압에 굴복한 사실을 인정했듯이, 형제복지원 사건의 본질은 검찰을 넘어선 거대한 ‘국가폭력’이라 할 수 있다. 공식 집계로만 513명을 숨지게 한 박인근 원장 일가의 끔찍한 만행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방조했고, 정책적으로 조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이런 ‘제도적 폭력’은 한번에 그치지 않았다.
첫 단계는 1975년 내무부 훈령 410호 발령이었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국민의 일부를 ‘부랑인’으로 낙인찍어 민간 수용소에 감금하도록 했다. 수용소로 넘어가기 전부터 이들의 인권은 박탈당한 상태였다. 두번째 단계는 전두환 군사정권이 당시 검찰 수사에 외압을 가한 것으로, 문 총장이 사과한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수용자들이 다른 수용소로 보내지거나 아무런 보호 조처 없이 거리로 내던져진 또다른 폭력의 실태는 아직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세번째 단계는 2010년대 들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피해 생존자들 목소리를 국가가 오랫동안 외면해온 것이라 할 것이다.
이런 모든 과정의 ‘폭력’에 대해, 마땅히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를 회복시키는 게 옳다. 대법원은 검찰의 비상상고를 받아들여 이 사건 가해자들에게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국회는 당사자들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서둘러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행 과정은 국가와 사회가 당사자들의 아픔에 얼마나 오랫동안 무감각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진상 규명이나 피해 구제 못지않게, 이런 야만적 폭력에 대한 사과를 하는 데 31년이나 걸린 이유를 되돌아봐야 한다. 과거사와 관련한 검찰총장의 직접 사과는 지난 3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사과 이후 두번째다.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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