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서 소설 <6화>
줄곧 울고 싶은 나날이었다
작은 폭발음이 들린 것도 같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은 것도 같았다. 어떤 불꽃은 화려하고 거대했지만 폭발음이 전혀 들리지 않기도 했고 어떤 불꽃은 그저 밤하늘에 흩어져 있는 몇 개의 별일 뿐이라는 듯 작은 몇 점에 불과했지만 유례없이 큰 폭발음으로 이제 불꽃의 폭발에 익숙해진 사람들마저 창밖을 내다보게 만들었다. 어딘가 불규칙적이고 돌발적인 폭발음은 사람들의 사고의 흐름을 끊고 그 찰나, 시간의 빈틈으로. 영원히 반짝거릴 것 같은 허기의 불꽃을 피워 올렸다.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게 긴장했고, 자신이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폭발이 주는 묘한 긴장과 불안이 줄곧 도시를 에워싸고 있었다.
연애는 어땠어? 여자를 만난 적은 있어?
나는 그날 강가에서 학수에게 물었다.
너는 왜, 왜냐고 묻지를 않아?
왜?
도대체 왜? 왜?
여자들이 하나같이 그러더라. 차였지 뭐.
학수는 빙긋이 웃었다. 나는 웃고 있는 학수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정말 한 번도 왜라고 물은 적이 없을까? 그게 가능할까? 그게 가능해?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정말 왜라고 물은 적이 없어? 한 번도? 단 한 번도? 마음속으로도? 그게 말이 돼? 사람이.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니? 학수에게 묻지는 않았다. 불꽃이 아름다웠고 폭발음이 수시로 끼어들어서 진지하게 긴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우리는 가볍게 한잔하기로 하고 술집에 들어갔지만. 그날 밤이 새도록 몇 군데의 술집을 돌며 술을 마셨고 여러 번 잔을 부딪쳤다. 평화를 위해. 짠. 차탕족을 위해. 짠. 오늘 태어난 아기들을 위해. 짠. 오천만 년 동안 죽은 영혼들을 위해. 짠. 물러터진 자두들을 위해. 짠. 올해의 매미들을 위해. 짠. 철새들을 위해. 짠. 호수로 흘러드는 아흔여섯 개의 강과 아흔여섯 개의 강 중 유일하게 바다로 흘러가는 단 하나의 강을 위해. 짠. 어제 새로 페인트를 칠한 벽과 흔들리는 다리들을 위해. 짠. 공중에서 죽은 비둘기들을 위해. 짠. 짠. 짠. 짠. 우리는 위할 게 너무 많았다. 위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어쩌면 아무것도 위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나는 오직 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것들의 이름으로. 끝없이 잔을 부딪쳤고, 잔을 부딪쳤다. 학수는 위하여 놀이에 기꺼이 참여했고 어쩔 수 없음을 위해. 그럭저럭을 위해. 그럴 만함을 위해. 참을 만함을 위해. 짠. 짠. 짠. 잔을 부딪쳤다. 그즈음 나는 위하여 놀이에 열정적이어서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에도. 술잔을 손에 들지 않고도. 눈을 뜨면서. 꿈속의 나비들을 위해. 지구의 모든 졸참나무들을 위해. 라고 중얼거렸다. 눈을 감고. 길이 막히는 차 안에서. 불꽃이 터지는 한밤중에. 나는 여러 가지 부등식을 위해. 자랑광들을 위해. 조언광들을 위해. 통점들을 위해. 중얼거렸다. 위하여를 위하여. 학수와 나는 아침 일찍 헤어졌다. 학수는 출근을 하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면접을 보러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가족들이 깨기 전에 몰래 내 방으로 숨어들었고 나는 금세 곯아떨어졌다.
계속 걸었어. 걷다가 오리들을 보았는데. 내 보기엔 꼭 오리들 같았지만. 진짜 오리였는지 모르겠네. 난 목이 좀 아팠거든. 목이 아파서 목을 잡고 있었는데. 오리들이 낄낄거리는 거야. 뭐라는 거야? 나는 오리들이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도 못 하고 오리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려고 가만히 목을 잡고 서 있었지. 속상할 때 너는 어디가 제일 아프니? 밖이 너무 많아. 목이 아프다. 목이 너무 아파. 이럴 땐 목에 심장이 있는 것처럼 목이 두근거리고, 목이 뻐근하고, 목을 움켜쥐게 돼. 왜 눈물은 눈으로 흘리는지. 차라리 목덜미로 울지 그래? 배꼽이나 항문, 귓등으로 우는 건 어때? 붉은 달 아래, 목이 긴 오리들이 낄낄거렸다. 그때 분명히 들었어. 분명하다고 말하니까 좀 자신이 없어지기도 하는데. 오리들이 노란 주둥이를 내밀고 있었지.
다음 날 아침, 나는 꿈에 대해 학수에게 말하고 싶었다. 왜 이런 꿈을 꿨을까. 생각하다가. 너무 속상하면 목이 아파. 왜 목이 아프지? 누군가 나에게 물었던 것이 떠올랐다. 물론 학수는 아니었지만. 학수에게 이 이야기를 받아 적어달라고 부탁하면 학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했다. 술이 깼을 때 나는 학수와 전화번호를 교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처럼. 술이 깬 뒤에는 꼭 학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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