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10.27 09:18 수정 : 2014.10.27 09:18

이주란 소설 <달의 나이> ⓒ이현경



이주란 소설 <6화>



왜인지 친구가 그와 나를 향해 둘이 잘 어울린다면서 부추기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에 우린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며 한사코 부인했는데, 아니라고 할수록 원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내가 계속 곤혹스러워하자 그들은 더욱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담담하게 대처했어야 하는데 먼저 거절당하기 싫어서 미리 나서서 호들갑을 떨어버린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농담이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진 틈을 타 친구가 남자 동창 셋이 앉은 테이블로 갔다.

근데 선미 생일날 니 친구 누구 죽지 않았어?

그가 물었다.

누가 죽어?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 맞다.

역시 나는 너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다니까.

그가 말했을 때 때마침 자리로 돌아온 친구가 말했다.

그러니까 사귀라니까?

7년 전 선미의 생일날 우리는 서교동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올 추석이 좀 빨랐으니, 그땐 추석을 조금 앞두고서 만났던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4년쯤 되었을 때였고 우리들은 바빴지만 여전히 친했다. 서너 명의 고교 동창들이 모여 대학 졸업 후 진로 얘기나 연애 이야기를 하곤 했다. 거기에 그도 있었다. 그는 혼자 남자였지만 우리는 동성처럼 어울려 다녔다. 당시 나는 160센티미터의 키에 84킬로그램이었다. 늘 베이지색 면바지에 체크 셔츠만 입고 다닐 때였는데, 그날은 어쩐 일인지 보라색 쫄쫄이 민소매 티에 초록색 카디건을 걸치고 주황색 치마를 입고서 부츠를 신었다. 모두 언니의 옷이었다. 아무래도 너무 우울한 나머지 그런 짓을 벌인 거겠지. 어떤 면에서는 기괴한 모습으로 나타난 나에게 친구들은 모두 예쁘다고 해주었다. 그래, 이거야! 라며 고개를 끄덕인 친구도 있었다. 홍대도 어색한데 패밀리 레스토랑을 간 데다 옷까지 어색해서 나는 정말이지 맥주만 꿀꺽꿀꺽 들이켜고 있었다. 야, 아직 1시다. 그가 말했을 때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나 가봐야 할 것 같아.

어딜?

왜?

동기가 죽었대.

뭐?

근데 군대에 있는데.

군대?

군대에 있는데 왜?

잠깐 앉아봐.

그러니까 돌이켜보면 나보다 친구들이 더 놀랐던 것 같다. 친구들이 이것저것 물어봐서 대답을 해주기 시작한 게…… 나는 다시 앉아서 술을 퍼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몇 시간이나 S에 대한 이야길 했다. 나 외에 아무도 S를 아는 사람은 없었는데도 마치 아는 것처럼 이야기가 계속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동기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에서 한참이나 지나 있어서 정말 가봐야 할 것 같았으나 정신이 들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야, 더 마시고 가.

술에 취해 그가 말했다. 내가 일어서자,

빨리 와!

선미가 가게 안이 다 울리도록 소리쳤다.




한겨레출판 문학웹진한판 바로가기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이주란의 <달의 나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