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란 소설 <8화>
야. 너보고 얘 여자 친구냐고 묻잖아.
그래서.
그래서 아니라고 했어.
응. 아니라고 해.
그러니까 사귀라니까?
친구가 말했을 때 친구의 남자 친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이제 가볼게.
우리가 더 있다 가라고 잡았는데 친구의 남자 친구는 대리를 부른 뒤 술값을 계산했다. 대리는 금방 왔다. 우리는 다 같이 나가서 친구의 남자 친구를 배웅했다.
한 잔 더 해야지.
친구가 말했다. 때마침 뒤따라 나온 고교 동창 셋과 함께 우리는 근처 포장마차로 갔다. 친구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오돌뼈와 주먹밥 세트를 주문했다. 거기서부터 그는 어쩐지 내게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 나는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답잖은 대화를 이어가면서 소주 한 병을 비웠다. 내가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하고 돌아와 자리에 앉았을 때 친구는 테이블에 이마를 박은 채 자고 있었다.
어떡하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누군가 친구를 흔들어 깨웠는데 흔드는 대로 흔들릴 뿐이었다.
가야겠다.
우리는 전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쩐지 내 차례인 것 같아서 계산을 했다. 밖으로 나오자 택시들이 줄을 서 있었다. 뒷문을 열고 친구를 집어넣고 그를 바라보았다.
니가 타야지.
나는 친구 옆자리에 타 친구의 집 주소를 말했다. 낮에 가봤기 때문에 주소를 알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깨웠더니 친구는 벌떡 일어났다.
다 왔어. 내려야 해.
친구는 응, 응, 하면서 차에서 내렸다. 친구가 106동을 향해 똑바로 걸어가자 택시 기사가 말했다.
저 아가씨 멀쩡하네.
아까 거기로 다시 가주세요.
나는 다시 먹자골목에 도착했다. 내려서 20분 정도 걸어야 했다. 몸은 피곤하고 정신은 멀쩡한, 괴로운 상태였다. 나는 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잘 가라는 답을 받았다. 나는 다시 그를 만나 한잔을 더 하고 싶었지만 그는 아닌 것 같았다. 혹시 아까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었는데 아니었다. 그러면…… 그러면 말이다. 잘 가고 있느냐고 먼저 연락이라도 줄 수는 없었던 걸까?
없었던 것이다.
나는 옷핀으로 고정한, 별로 먹은 것도 없이 허리 부분이 터질 것 같은 원피스를 자꾸 내리면서 걸었다. 술집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즐거워 보였다. 그들은 모두 활기차 보였고 아침까지 놀 것만 같았다. 나는 걷다가 어느 주택가 골목에서 쭈그려 앉아 사귀다 헤어진 남자에게 전활 걸었다. 다행히 그 남자는 전화를 받았다.
자?
응.
잘 자.
응.
그래도 전화를 받았잖아? 나는 작은 것에 감사해하는 긍정적 인간이 되어 힘차게 집으로 걸었다.
집 앞 벤치에서 미성년자로 보이는 여자애 둘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 옆에 앉았다.
내가 그 오빠한테 추석 잘 보내라고 카톡을 했어.
그랬더니?
너도 잘 보내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래서 씹었어.
나는 웃음이 나올 뻔한 걸 겨우 참고 일어나 집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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