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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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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지난 23일 오후 5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누군가’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실 이메일로 ‘동영상’ 하나를 보냅니다. 이 동영상에는 지난 6일 한 행사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박근혜 대통령 능지처참’, ‘박정희 전 대통령 부관참시’ 발언을 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 이 발언을 듣고 박수를 치고 있는 박종운 특조위 상임위원(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의 모습도 나옵니다. 하 의원은 이 동영상을 한 공중파 방송사에 전달합니다. 전체 2시간여 분량의 동영상에서 유가족의 문제적 발언이 나오는 부분은 약 5분, 방송사는 이 가운데서도 ‘핵심’만 추려 1분 분량으로 편집을 해서 얼마 뒤 방송에 내보냈습니다. ‘차관급’ 국가공무원인 특조위원이 대통령을 능지처참하자는 발언에 이의 제기도 하지 않고 박수까지 쳤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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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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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조위원이 박수” 논란 비판 쏟아진 박종운 상임위원
“해당 발언에 동조하지 않는다…
아들 잃은 이야기에 눈물 흘려 박수 친 것” 그런데, 세월호 참사때 대통령 행적조사
특조위 결정 직후 동영상 건네진 까닭은? 의혹은 의혹대로 남겨두고, <한겨레>는 26일 오전 하태경 의원실에 해당 동영상 풀버전을 요청했습니다. 전체적인 발언의 맥락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받아서 들어봤습니다. 해당 발언은 지난 6일 경기도 안산시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15 대한민국 정책컨벤션 페스티벌 안전과 거버넌스’ 행사 때 나왔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고, 박 상임위원을 비롯한 패널 3명이 참가했습니다. 유가족도 세분 참석했다고 합니다. 유가족의 문제적 발언이 나온 건, 발표와 질의응답이 모두 끝난 이후였습니다. 당시 유가족이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한 발언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4·16참사 이전과 이후의 나의 모습이 바뀌었다 △직접 행동하고 움직여야 세상이 바뀐다 △사람들이 직접 당해봐야 아픔을 알고, 아픈 것을 해결하려면 움직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교과서 국정화로 나라를 들쑤시고 있다 △대통령은 이렇게 (시민들이 행동하려고 만든) 이런 자리를 불편해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능지처참을 당해야 하고 박정희 대통령은 부관참시를 당해야 한다.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 △나중에 (죽어서) 아들을 만나면 “엄마가 잘 살고 왔지?” 라고 말할 것이다 △(참석자들에게) 이 아픔을 함께 하지만, 역사를 쓰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움직여달라. 그리고 바로 그 문제의 ‘박수’가 나옵니다. 박 상임위원은 유가족이 아닌 대한변협의 추천을 받아 특조위원이 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위원은 유가족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특조위가 중요한 결정을 한 뒤 유가족들에게 설명을 하는 것도 박 상임위원 몫입니다. 특조위는 지금 여당추천(5명)과 나머지(12명) 특조위원들로 나뉘어져 있고, 직원들 역시 민간채용 별정직과 정부부처 파견 공무원으로 나뉘어진 상황입니다. 박 상임위원은 이런 특조위 안에서 ‘중재역할’을 해왔던 사람으로도 꼽힙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기름과 물 같은 이들을 조화시키고자 하도 ‘스킨십’을 강조하며 식사자리나 단체 영화관람 등의 자리도 만들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랬던 박 위원이 편향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유가족의 발언에 박수를 보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박 상임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당 발언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만약 동조했으면 해당 발언이 나왔을 때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어야 했다. 나는 내가 설사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런 표현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박 상임위원은 “동영상을 보면 내 표정 자체가 굳어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는 “(유가족이) 참사로 잃은 아들에 관련된 얘기를 마지막으로 하면서 눈물도 흘려 박수를 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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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특조위에서 전원위원회의를 열어 ‘청와대 등의 참사 대응 관련 업무 적절성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는 안건을 거수로 의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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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전문>
반갑습니다. 4·16가족협의회 ○○ 엄마입니다.
이런 모습들을 정부가 싫어합니다. 제일 두려워하고, 힘들어하고. 4·16 이전과 이후가 바뀌어야 한다고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자리가 변화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참사 그 당시하고 지금 제 모습을 비교를 해보면 참 많이 변했구나. 이것이 4·16 이전과 이후에 변화된 나의 모습이고, 제가 볼땐 다른 내 모습이라고 생각이라고. 모습이 변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변화라고 생각하고요. 이런것이 나비효과가 되어서 정말로 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4·16참사로 아이들을 저희가 잃었습니다. 딱 1년만에 국가가 유가족을 또 죽였죠. 부모를 죽였죠. 지금 2년이 채 안됐어요. 1년6개월 남짓 지났는데 역사교과서로 전국민을 또 죽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인데 이것을 자각을 했는자각만 하면 아무 소용없다고 다들 얘기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 행동하지 않으면요 아무리 많이 알아도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늘 말씀드리는데.
한 2년이 지났는데 움직여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움직여보니까 뭐도 변화시켜야 하고 무엇이 변해야 하고 뭐도 해야 하고 그런걸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음 개인적으로는 제가 그냥 엄마지만 아주 평범한 엄마지만 깊이 있게 들어가보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시대에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알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는 내가 원하는 만큼 딱 변한다 내가 행동하는 만큼 딱 변한다는게 맞다고 생각을 해요.
지금 국정화 때문에 난리가 났잖아요. 나라를 벌집쑤시듯이 이렇게 쑤셔놓는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쑤셔놔야 변화하니까요. 이런 말씀 드리면 정말 죄송스럽지만 제가 당해봐야 변한다는거, 그런데 그건 너무 아프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자리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많은 분들 관심 가지고 보시고 가슴 아파하시는대로 그가슴 아픈것을 해결하려면 움직여야 됩니다. 방법은 그거밖에 없습니다. 다 아시잖아요. 그래서 함께 하실거라고 저는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대통령은 지금 이런자리 너무 불편할거에요, 그 사람의 양심, 그 사람의 가지고 있는 상식 그런것으로는 이 국민들을 이해하고 이끌어 내지를 못합니다. 차라리 가만히 있든지. 왜 들쑤셔서(웃음) 저는. 저기.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엄마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여자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정말이지 지금 우리의 지도자라고 저 자리에 앉아있는 박근혜 대통령요. 광화문 네거리에서 사지를 묶어서 능지처참을 당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역사 앞에서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자각을 하는지 안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인정을 안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죽은 귀신을 왜 불러냅니까. 자기 아버지 지금 치부를 드러내서 부관참시 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효녀가 아니고요. 불효막심한 자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드러나야 되는 일이겠지만 그래서 역사가 심판을 하겠지만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무슨 짓을 했는지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알아야 돼고요.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능지처참을 당할 사람이고 박정희 대통령 부관참시를 당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국민 앞에 역사 앞에.
그래서 그리고 이제 내 나중에 ○○이 만날 때 이야기 할거에요. 엄마 잘 살다 왔지 그 얘기 ○○이 만나서 (울먹임) 꼭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이 시대에 이 아픔을 함께 하시지만, 내가 역사를 쓰는 주인공이라고 생각을 하고 같이 움직여 주셨으면 행동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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