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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레진코믹스 간담회가 열린 파티오나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웹툰 작가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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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기자들]레진코믹스 사태 총정리
블랙리스트·수익 미정산 등 작가들 불만 누적…청와대 청원까지
“불공정 대우 항의하면 프로모션 배제…‘200도 못 채우는 작가’ 비난도”
레진코믹스, 간담회 열고 “작가 커뮤니케이션팀 신설할 것”
웹툰 업계 “플랫폼과 작가는 파트너십 관계…불공정 조항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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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레진코믹스 간담회가 열린 파티오나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웹툰 작가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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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작가의 작품을 노출하지 않는다. 대표의 지시다’라고 명시한 레진코믹스 내부 메일. SB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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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연재하던 작품은 전체 1∼2위를 차지하는 등 최상위권이었습니다. 매출도 수천만원 단위였죠. 연재가 끝나고 다른 회사에서 새 작품 제안이 들어왔는데, 레진코믹스에 연재했던 캐릭터를 또 사용하고 싶었어요. 계약서에 관련 조항이 없어서 회사에 물어봤더니 제목과 내용이 다르면, 캐릭터가 같은 건 상관없다고 하더라고요. 담당 PD와 유관 부서로부터 거듭 확인을 받았어요. 그런데 막상 다른 회사에서 연재가 시작되니까 다음날 PD가 ‘계약 조항을 위반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조항이 없다고 반박했더니 ‘문제 없다’고 다시 말씀하셔서 논의가 끝난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음날 제 작품이 ‘연재’에서 ‘완결’ 코너로 이동돼 있더라고요. 보통 인기 작품은 완결된 지 1년이 넘어도 ‘연재’ 코너에 남아있어요. 독자들이 ‘완결’ 보단 ‘연재’ 코너를 많이 보니까요. 심지어 지난해 가장 매출이 높은 작품인데도 베스트셀러나 추천작에도 포함되지 않았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이벤트에 포함됐던 것도 사라졌고요. 화면 노출, 이벤트 작품 선정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있냐고 물었는데 ‘알려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오더라고요.”
-이아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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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루 작가와 담당PD가 모바일 메신저로 주고받은 대화. 이아루 작가는 “회사 쪽에서 괜찮다고 확인을 받은 뒤 새 작품을 연재했는데 그 이후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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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비 조항이 계약서에 없는데 원고를 늦게 내니까 월급이 깎여서 들어온 거예요.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갱신된 계약서에 (지각비 조항이) 포함이 됐다고 했어요. 갱신된 계약서를 (서면으로) 받지 못했다고 하니까 ‘따로 계약서는 없고 지각비를 공지한 전체 메일이 계약의 효력을 갖고 있다’고 레진코믹스 쪽이 답하더라고요. 결국 변호사 상담까지 받았더니 ‘명백한 불법’이라고 했어요. 불법으로 돈을 걷어갔으니, 돌려받고 싶어요.”
-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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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작가는 “계약서에 관련 조항이 없는데 회사는 공지메일이 계약서와 같은 효력을 지닌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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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과 관련된) 프로모션이나 광고를 진행할 때 작가들에게 미리 공지를 하지 않아요. 이러한 조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회사는 마치) 작가가 잘못된 것처럼 이야기해요. 제 작품이 지하철 광고에 동의도 없이 진행이 됐어요. ‘왜 고지를 해주지 않았느냐’ 물으니 담당 PD가 ‘나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은송 작가
“한 PD가 전체 작가들에게 이런 메일을 보냈어요. ‘SNS로 공론화해서 그나마 작가님들의 권익이 보호되었다고 이해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 그 일은 철없는 행동입니다’라고요. 항의한 작가들과 아닌 작가들을 이간질 시키는 거예요.”
-미치 작가
“수정 원고를 해당 회차가 아닌 다른 회차에 올려 문제가 된 적도 있어요. 사 쪽에선 보상해 주겠다면서 프로모션 이벤트에 포함시켜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애초에 저희 작품은 프로모션에 포함될 예정이었는데 그게 왜 보상수단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럼에도 회사와의 관계를 생각해 승낙했죠. 그런데 처음엔 20일 간 진행된다던 이벤트를 3일로 줄이더라고요. 항의하니까 ‘이런 작가님의 반응이 바람직한 파트너십의 결과인지 의문을 품게 합니다’라고 말하더라고요. 화가 나서 이벤트를 거절했죠. 작가들이 조금만 늦어도 지각비는 3∼9%씩 걷어가는데, 회사의 실수로 운영 오류가 있을 땐 아무런 보상도 없어요. 회사 쪽 실수는 어떻게 보상할 건지 계약서에 명시해달라고 요구하자 (다른 작가분들처럼) 화면 노출·이벤트 포함 횟수가 확연히 줄었어요. 저희도 아마 ‘블랙리스트’일 거라고 확신해요.”
-ㄷ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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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 불공정행위 피해작가연대’소속 작가와 독자 등 100여명이 11일 오후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의 논현동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어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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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서비스 종료 사실을 처음 들은 날짜가 8월 18일이예요. (갑작스러운 종료가) 말이 안 되는게 불과 두달 전인 6월에 2700만원 규모의 웹소설 공모전 당선작을 발표했어요. 보통 당선작을 해당 플랫폼에서만 연재하게 돼 있는데, 그 당선작 중 어떤 것도 연재가 시작되지 않았는데 서비스가 종료된 거예요. (그 작품을) 다른 플랫폼에서 연재할 수도 없고요. 7∼8월에만 30개가 넘는 신작이 나왔고, 심지어 종료 공지 하루 전날에도 새 연재가 시작됐어요. 그 작품이 하나도 완결이 안 된 채 서비스가 종료됐죠. ‘누적 적자’를 이유로 들었지만 적자 폭이나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요. 웹소설 종료 공지도 제대로 안 됐어요. 독자 입장에서도 황당했겠죠. 작품이 미완결이 될 줄도 모르고 유료 결재를 하면서 작품을 보신 분들도 계시니까요. 웹소설 피해작가 규모도 100명이 넘어요. 웹소설로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셈이죠.”
-비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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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작가가 수익 미정산 관련 담당자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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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국외 연재 수익을 미정산 받은 걸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회사는) 처음엔 ‘국외 유통사에서 돈을 안 줘서 못 주는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어요. 그런데 유통사 쪽에 알아보니 (유통사에선) 매달 돈을 꼬박꼬박 보냈고 그 내역서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3년 동안 국외 연재를 했는데,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 딱 한 번만 수익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계속 미뤘어요. 제가 정산내역서를 몇십번이고 요청하고, 전화하고, 직접 찾아가고 나서야 2년 동안 밀린 걸 주더라고요. 프로모션에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이벤트에 포함됐단 이유로 (계약보다 적은) 10%대 수익만 지급하기도 했어요. 저같은 피해자도 10명 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회색 작가
“(MG제도는) 회사원으로 치면 기본급이 없고, 인센티브만 주는 거죠.”
“최저 200만원을 보장해주겠다고 하지만, 작가가 150만원의 수익을 내면 나머지 50만원을 회사가 채워주면서 ‘넌 200도 못 채우는 작가’라고 비난을 해요. 대외적으로는 ‘200만원 보장하는 웹툰 플랫폼’으로 홍보를 하면서요.”
“노동에 대한 값을 아예 주지 않는 거나 다름없어요. 나는 원고를 내는데 원고비는 주지 않고, 그 원고를 (자신들이) 팔아 나오는 수익을 7(회사) 대 3(작가)로 나누는거죠. 원고를 아예 레진코믹스에 독점제작을 해서 넘겨주는 건데도요.”
“네이버와 다음에 연재하는 작가들은 기본 고료를 받는다. 여기에 독자들이 돈을 내고 미리보기나 다시보기를 하면 그 수익의 일부가 작가들에게 추가로 돌아간다. 레진의 미니멈 개런티는 작가마다 책정한 기본급에다 유료로 팔린 수익금까지 합친 돈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미니멈 개런티 200만원의 뜻은 어떤 작가가 기본급이 140만원이라고 치고 독자들이 그 작가의 유료만화는 보지 않아서 추가 수익이 전혀 없다면 레진에서 60만원을 보태겠다는 뜻이다.”
“만화가들은 ‘작가에게 기본 원고료는 연재를 이어갈 수 있는 노동의 대가, 곧 기본급이고, 유료만화로 나온 수익금은 성과급이다. 두가지를 분리해야 작가가 창작자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겨레> 2015년 8월 9일치 ‘[한겨레 프리즘] ‘생계비 보장’을 넘어서 / 남은주’
“작가들이 한 번 항의를 했으니 대놓고 (예전처럼) 계약서에 명시하진 못하지만, ‘국외 판권 계약을 같이 하지 않으면 MG를 깎겠다’는 말을 들은 작가가 있어요. 계약 내용이 부당하다고 느껴도 작가는 중간에 계약 해지를 못하게 돼 있어요.”
-미치 작가
“레진코믹스 공모전에서 수상해 연재를 하게 됐는데 계약서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않으면 회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어요. ‘소기의 목적’이 무엇인지 물었는데 정확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작품이 잘 되면 상관없는 일’이라고만 답하더라고요. 그런데 작품을 연재한 지 3개월도 채 안 돼 ‘30화 이내로 웹툰을 마무리해달라’라는 통보를 받았어요. 원래 짜놓았던 스토리를 다시 갈아 엎어야했죠.”
-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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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 누리집 첫 화면 변경 전(위)과 후. 작가들은 “회사 쪽이 어떤 작품을 첫 화면에 노출할 지 전권을 가지고 있고, 작가들의 매출에까지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프로모션 작품 위주로 소수의 작품만 노출하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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