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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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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친절한 기자들]
“피해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수록 폭로 줄어들 것”
“남성 내부 권력구조의 문제도 함께 제기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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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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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선 섹스칼럼니스트. 정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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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연출가도 밑에서 굉장히 많은 여성이 그걸 받쳐줬다. 남성 문화가 만든 게 아니고 남성들끼리만 만든 것도 아니다. 여성도 적극 가담했다. 이게 바로 성폭력을 묵인해온 문화다. 특정한 남성만 괴물이 되는 게 아니라 괴물들 사이에서 괴물이 아닌 소수가 살고 있단 느낌도 든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을 얘기하면 ‘그건 구조다, 가부장적 질서가 있어서 어쩔 수 없던 측면이 있다’ 이렇게 얘기해왔다. 막상 미투 운동이 시작되니까 일각에선 ‘우리나라에 그동안 없었던 걸 수입해 시끄럽게 한다’고 한다. 그게 바로 묵인된 강간 문화다.”
-은하선 섹스칼럼니스트
“한국 사회의 남성 문화에는 리더 노릇 하는 사람이 늘 있다. 모든 집단이 위계에 익숙하다. 집단에서 가장 낮은 이는 언제나 여성 역할이다. 남성 집단에 서툴고 그래서 민폐를 끼치고, 약한 존재를 ‘이년아, 저년아’라고 여성화해서 부르는 것은 단적이다.”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박권일
”남성들 사이에서 능력을 인정하는 기준에 ‘소유’가 있다. 부모가 재산이 많다고 바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기 노력으로 성취한 능력은 바로 인정한다. 차를 사거나 좋은 대학에 가는 것들. 여성도 그 대상인 것 같다. 소유물이다. 어떤 여자를 소유했다는 걸 또래 집단이 권력으로 인정해주는 거다.”
-작가 손아람
“정의에 대해 민감한 것이 죄인가? 하긴 우린 때론 그런 민감성이 죄인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세상에 익숙해져 있는 다수의 사람들은 정의에 대해 민감한 사람마저 이른바 ‘프로불편러’의 범주에 넣으려고 안달한다. 민감한 사람의 모든 행동이 다 바람직하거나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민감보다는 둔감을 높게 평가하면서 둔감을 사실상 ‘대범’이나 ‘포용’으로 착각해온 그간의 관행을 성찰해보자는 것이다.”
-강준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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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사건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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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성별은 이미 존재하는 권력관계의 효과이며 새로운 권력관계를 생성하는 원인입니다. 남성(성)만 인간의 기준이 되는 사회에서 여성(성)은 열등한 것, 부차적인 것, 성적인 것, 심지어 ‘낮은 사회적 지위’ 자체를 의미합니다. 중학교 남학생이 여성 교사를, 남성 환자가 여성 의사를 성희롱할 수 있는 이유이지요. 물론 그 남성과 여성은 성별 질서 뿐만 아니라 계급, 인종, 성적 정체성, 장애여부 등 다양한 차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폭력은 기본적으로 성별권력 관계에서 파생하지만, 다른 차별구조와 교차해 더 심화되거나 약화되기도 합니다. ‘성폭력은 구조적 성차별의 문제’라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조직 및 집단 간 차이와 특수성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이나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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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 여성의 날’을 나흘 앞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 행사장에 곳곳에 미투(Me too) 문구가 적힌 게시물이 놓여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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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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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서 검사에게 연대 의사를 표시하고 나도 유사한 경험이 있다고 적었다. 그런데 기자가 ‘미투는 구체적으로 사례를 말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미투 방식을 누가, 언제 법적으로 정해서 내게 강요할 수 있나. 페북 글을 쓴 이후 계속 ‘언제 누가 그랬냐’는 것만 질문할 것 같았다.”
“‘피해가 어마어마한가’라는 질문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심각하게 당했냐”고도 묻더라. 심각하고 심각하지 않은 게 어디 있나. 사람들은 성추행에도 용인할 수 있는 수치가 있다고 본다. 사회생활 하는 여성이면, 그 자리에 동석했으면, 그 분위기를 함께 즐겼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용인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심각성을 드러내야 내 얘기에 더 호응하고 사안의 문제점을 인식하겠다는 얘기인가.”
“내 피해 사실을 부끄러워하거나 얘기를 삼간 적은 없다. 이 사건 이전부터 동료 국회의원들한테 여러 번 얘기했다. 다만 이걸 공적으로 문제제기하는 것은 다르다. 나도 모르게 피해자성이 나를 더 지배하는 것을 인식하고 나도 놀랐다. 누군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 못할 건 없지만 100% 확신한다. 가해자를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나는 그 과정에 갇힐 것이다.”
-이재정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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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람 작가. 정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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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두 가지 원칙이 가족과 치정 관계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란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뒤집으면 두 문제는 누구나 갖고 있단 얘기다. 이를 뒤집으려면 음모가 된다. 그 룰을 누군가 깨려고 한다. ‘피해자를 동원해서 이 원칙을 깨려는 세력이 있다’는 말을 통해 피해자가 소거되고, 여성들이 겪어온 아픔과 문제들이 다 사라진다. 그거야말로 공작이다.”
-손아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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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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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진보 진영이 이 일로 타격 입게 되면 그건 ‘만진 놈’의 잘못이다. 진보든 보수든 그 사람들(가해자)이 속한 집단은 타격을 입을 거다. 김 총수의 발언은 미투로 고백하는 건 좋지만 이걸로 우리가 흐트러지면 안 된다는 거다. 어떻게 안 흐트러지나. 분열은 안 된다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불가능한 것을 강요하는 거다. (김 총수의 발언은) 바꿔 말하면, 만약 분열되면 그 원인은 미투 운동이란 거다. 잘못된 말이다.”
-금태섭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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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저널리스트 박권일. 정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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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들은 ‘착각’을 유발할 수 있다. ‘아하, 김어준 정도 발언은 괜찮구나’라는 착각, ‘사과만 하면 공직도 계속할 수 있네’라는 착각. 더 고약한 착각은 따로 있다. “‘거악과 싸워온 전사’들이니 ‘사소한’ 흠결은 눈감아줘야지.” 이것은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며 개혁당 성폭력 사건을 조개나 줍는 부차적인 일로 만들어버린 유시민씨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더구나 저런 착각은 ‘국가 경제에 기여했으니 재벌 회장님들 비리에 관대해도 된다’는 사고방식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기 쉽다. 착각은 깨져야 하고, 나쁜 신호는 꺼져야 한다. 옳음에는 피아(彼我)가 없다.”
-박권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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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범시민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 및 정부 대책 마련 촉구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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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상층부를 남성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과의 개별적·비공식적 교류가 차단되면,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가 적절히 지적했듯이, 여성들에게 불리한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출장 같은 공식 업무에서 여성이 부당하게 배제되거나 채용·승진에서 탈락한다면 그건 아예 불법적 차별이다. 이것이 미투운동이나 반성희롱·반성폭력 운동이 지향하는 ‘성평등’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홍성수 교수
“남성 군인들에게 훈련 전후 같은 질문을 던진 결과, ‘남성과 여성이 함께 팀일 때 결과가 더 좋다’는 답변이 입소 전(63%)보다 14%p 늘었고, ‘남성과 여성은 가정 일을 균등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답변은 66%에서 74%로, ‘나는 여성스러운(feminine) 면이 있다’는 답변은 58%에서 72%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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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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