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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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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해 씨익 웃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웃어넘길 수가 없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협상을 확실히 거부하고 있다. 국민들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광장에 나온 사람들은 점점 더 큰 목소리로 “이명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심각하다. 물론 대다수 국민들의 속마음까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아직은 말이다. 여론조사 기관의 설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항목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이명박 대통령은 위험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 “쇠고기 협상이 아무리 잘못됐다 할지라도 정권퇴진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헌정질서에 맞지 않고 민주주의 질서 속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가? 탄핵소추까지 당했던 전직 대통령의 말이니 무겁게 다가온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쥐고 있다.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건 그렇다. 사람은 웬만해서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인간을 변화시킨다. 적응하지 못하면 죽기 때문이다.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 “1만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느냐”고 묻는 이명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 대신 촛불집회에 대해 “세상을 밝게 하려는 그런 점도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그분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말한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권력을 쥐여준 국민들에게 신속히 항복해야 한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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