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한용 선임기자
|
‘처방’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2007년 대선 때 박근혜 경선 후보의 ‘줄푸세 공약’, 이명박 후보의 ‘747 공약’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 3년 동안 허구로 입증된 이른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 말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먼저 파이를 키우자”는 논리다. 아랫목이 따뜻해지면 온기가 결국 윗목으로 올라간다는 비유도 같은 의미다. 당시 박근혜 후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경제에 대한 복안을 물었다. 그는 “줄푸세를 바탕으로 매년 ‘5+2’% 경제성장(기존 5% 성장에 법질서 확립 등 지도자의 리더십을 발휘해 추가 2% 성장)을 하면 매년 300만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대통령이 됐다면 정말 매년 300만개 일자리가 생겼을까? 어떻게? 박근혜 전 대표가 아직도 ‘경기 상승세’ ‘성장의 온기’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줄푸세 공약’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큰일이다. 지금 올바른 처방은 양극화를 강제로 해소하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다. 뜨거운 아랫목이 아니라 차가운 윗목에 직접 불을 때야 하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은 <미래를 말하다>에서 부자들에게 ‘세금폭탄’을 안겨 소득을 재분배하고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해 중산층을 육성함으로써 경제를 살린 미국 현대사의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정부가 욕을 먹더라도 법을 만들어 양극단 집단 간의 불균형을 강제로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당신의 정책은 틀렸다. 성장지상주의 미신을 믿지 마라. 고용 없는 고성장보다 고용 증대를 수반한 저성장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바로 전날 뜬금없이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겠다’고 한 박재완 장관을 비판했어야 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국민들의 피눈물을 닦아줄 의무가 있다. 지금 당장 말이다.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 잘할 수 있다고? 안 된다. 시간이 없다. 지금은 실업자 400만명, 근로빈곤층(워킹푸어) 300만명, ‘하우스푸어’ 100만가구의 시대다. 선임기자 shy99@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