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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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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의 정치막전막후 79]
박근혜 대통령이 20대 국회 개원을 맞아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한다고 합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입니다. 새로운 국회가 구성됐으면 대통령이 국회에 가서 연설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무슨 말을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13일 국회 연설의 내용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야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강조하겠지만 그건 주로 야당을 향한 호소일 것입니다.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를 강조할 것입니다.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구조개혁 추진을 천명할 것입니다. 노동관계법 처리를 당부할 것입니다. 과거와 꼭같은 말을 할 것입니다. 야당과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의 한계를 비판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숨을 쉴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예상하는 이유는 근거가 있습니다. 말은 생각의 반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 내용은 국회, 특히 20대 국회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 장면이 있었습니다. 4·13 총선 다음날인 14일 아침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선거 결과에 대해 딱 두 마디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연국 대변인은 ‘대통령의 공식발언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 발언이 아닌 대변인 브리핑”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정연국이라는 공직자는 분명히 대통령의 대변인입니다. 대변인의 발언은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의례적인 표현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당부는 선거 참패가 자신과 관련이 없다는 초월적 존재의 논법입니다. 그뒤 4월26일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4·13 총선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국회가 양당체제로 되어 있는데 서로 밀고 당기고 이러면서 되는 것도 없고, 그런 식으로 쭉 가다 보니까 국민들 입장에서는 변화와 개혁이 있어야 되겠다 그런 생각들을 하신 것 같다. 그래서 3당 체제를 민의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본다.” 정권심판이라는 분석도 있다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선거 결과에 대해서 이런 시각, 저런 시각 다양한 분석이 있고, 또 국정운영이 잘못됐다든지 이런 지적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총선 결과를 보면 내각 총사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내각을 바꾸어서 국면을 전환해야 되지 않느냐 그렇게 질문을 한 것인가. 경제적으로 할 일도 많고 안보가 시시각각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할 여유가 없다.” 4·13 선거가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것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내각 교체도 거부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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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국빈 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시각) 첫 순방국인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아디스아바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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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연설내용이 국정변화 시금석 될듯 4·13 총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되돌아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5월15일 이병기 비서실장을 내보내고 이원종 비서실장을 새로 임명했습니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정책조정수석으로 이동시키고, 강석훈 전 의원을 경제수석에 앉혔습니다. 6월8일에는 현기환 정무수석을 교체하고 김재원 전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교육문화수석과 미래전략수석도 교체했습니다. 총선 이후 순차적으로 주변 참모들을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흐름이 앞으로 황교안 국무총리와 주요 장관 교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26일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간담회에서는 특유의 자존심 때문에 인적 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지만 4·13 총선 이후 크게 변화한 정치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새로운 사람들을 배치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이 있습니다. 6월8일 일괄타결된 20대 국회 원구성 이면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8선의 친박좌장 서청원 의원이 국회의장 자리를 양보함으로써 협상의 물꼬가 트였다고 보도했지만 저는 서청원 의원의 결정이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서청원 의원의 발언을 듣자마자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양보를 전격 선언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기류를 정확히 읽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국회의장은 국가 의전서열 2위로 상징성이 매우 큰 자리입니다. 아무런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지만 존재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 국가 행사에서 대통령 바로 옆에 평생 박근혜 대통령과 다른 정당을 했던 정세균 국회의장이 나란히 앉거나 서게 된다는 것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은 모질게 해도 마침내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환경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원 정무수석을 포함해 청와대 수석 세 사람을 교체하고 서청원 의원이 국회의장을 야당에 넘기겠다고 전격 선언한 날짜가 6월8일로 일치하는 것이 우연일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집권 세력의 판단과 결정, 행동에 우연이란 없습니다. 오랫동안 4·13 속앓이를 해 온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으로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드디어 ‘정치’를 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저의 착각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증언이 있습니다. 그를 보좌했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오래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관찰한 결과 내놓은 결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식은 구름 위의 절대자처럼 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자신이 구름 위의 절대자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좀 안다고 자부하는 어떤 정치인은 박근혜 대통령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결국 ‘힘’이라고 저에게 귀띔해 준 일이 있습니다. 현실의 벽 앞에서 오기를 부릴 만큼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과거사 문제로 지지율이 흔들리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던 일을 상기시켰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대체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안하무인’의 태도를 취한 것은 온갖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긴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측근비리 의혹이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사과가 아니라 유체이탈 화법의 변명을 했지만 아무튼 그냥 지나가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분석이 옳다면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변화할 차례입니다. 4·13 총선에서 참패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재임 도중 쫓겨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임기말까지 국정을 잘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 변화 위해서 4가지 꼭 해야할 일
유승민 복당·측근 3인방 배제 등 선결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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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오후 대구광역시 동구 용계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새누리당 탈당 및 20대 총선 대구동구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도착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권우성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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