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96
야권분열로 정권교체 실패 가능성 잇단 경고
민병두 의원, 분권형 개헌 매개 역단일화 가능성 제시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칼 마르크스의 말입니다. 풀이하자면 “성찰과 반성이 없는 경험은 비극적 상황을 받아들이는 감각만 무디게 만들어 반복된 역사를 희극으로 만든다”는 정도의 의미일 것입니다. 좀 어렵죠?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른 것은 1987년의 정치 상황과 30년 뒤인 2017년의 정치 상황이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입니다. 야권에서는 문재인-안철수 등 유력 야권후보의 분열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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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으로 무르익은 민주화에 대한 기대는 야권의 분열로 물거품이 됐다. 동지였던 김영삼과 김대중은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으로 갈라섰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태우는 국민이 직접 뽑은 첫 대통령이 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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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가운데)과 김영삼 민주당 총재(왼쪽), 김종필 공화당 총재(오른쪽)가 청와대에서 긴급 3자회동을 갖고 민정, 민주, 공화 3당을 주축으로 신당창당에 합의했음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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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지난 2012년 11월 6일 저녁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단일화 협상을 하려고 단둘이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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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단일화가 과연 되겠는가. 김영춘 의원 개인적으로 이 대선의 야권 단일화 가능성 어떻게 보세요?
김영춘> 저는 그 주자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만약 이번 대선에서 단일화가 안 된다면 그건 그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야당 전체가 역사에 죄를 짓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어떻게 하든 야권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국민적 열망을 실현시키는 그런 일을 성사시켜야죠.
김현정> 그런데 안철수 전 대표가 과연 단일화에 응할까요? 지난번에 단일화해서 안 좋은 기억이 있는데?
김영춘> 글쎄, 사람을 보고 단일화를 얘기를 하면 여러 불편한 게 많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어떤 다음 정부가 해야 할 그런 사명이나 이런 게 있을 겁니다. 저는 제가 생각한 것은 지금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경제 위기가 조선, 해운 산업만이 아니라 지금 잘 나가고 있는 경제 영역에서도 앞으로 위기가 온다고 봐요. 이런 경제의 위기, 안보의 위기, 사회통합의 위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다음 대선에서 어떻게 하든 단결해서 정권교체를 해야 합니다. 그런 열망을 담아서 차기 정부가 해야 될 일들을 쭉 정리를 하고 그 합의 속에서 단일화를 추구를 한다고 하면 저는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영춘 의원이 라디오에서 안 대표님이 내년 대선에서 단일화에 동의해 주시지 않으면 역사에 죄를 짓는거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안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역사에 죄를 짓는다는 건 오히려 지난 대선의 패배가 역사에 죄를 지은 것 아니겠습니까?”
※ 대선이 다가오면서 상상력을 동원해 몇가지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원체 소설같은 얘기들이라 관심도 없고 읽어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추석연휴 중에 들어본 친박이 생각하는 시나리오가 께름칙하다. 그 후에 여기저기서 들은 얘기들은 퍼즐을 맞춰주고 시나리오를 진화시켰다. 이것도 하나의 상상이고 대비하자는 차원이다. 거론될 분들은 불쾌해 하지 않으시기를...
1) 새누리당의 경우
우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친박 무등을 타고 귀국하자마자 입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빨리 무너질 것이라는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반기문 총장은 선진국 수준의 정치 변화를 요구하면서 제3지대에 머물거나, 새누리당의 해체 수준의 개혁을 요구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이 유승민 의원, 남경필 지사, 원희룡 지사이다. 그들이 반기문 총장을 꺾고 결선으로 진출할 경우 파란의 주인공이어서 강력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추론이다, 물론 지지율 2% 후보가 지지율 20% 후보를 눌렀을 때 드라마가 갖는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이지만 후보들의 스토리가 약해서 결선 후보로서 필살기를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김무성 의원, 김문수 지사, 오세훈 시장 같은 경우는 의외성 등 새로운 무기가 없어서 본선에 오른다고 해도 한계가 분명할 것이다.
본선이 시작되면서 대선 3파전이 전개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의 하나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한 ‘반기문-안철수 연합’이다. 역단일화 혹은 호충경 연정(호남, 충청, 대구, 경북 연정)이다.
2020년 5월까지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기로 하고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 직후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개헌안을 동시에 투표할 수 있다. (선거와 동시에 투표하기 때문에 국민 50% 이상 투표라는 조건을 만족하게 할 수 있다.)
만약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국회에서의 개헌안 통과(재적 3분의 2)도 가능할 것이다. 외교안보통일을 책임지는 대통령은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해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일치되는 동거 정부를 상정하면 새로운 헌법 발효에 따라 직접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하지 않아도 되어서 양측의 연정 약속이 이행될 수 있다. (이런 추론의 근거는 여권에서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개헌 논의와 이정현 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 등이다.)
반기문 총장은 한국 정치의 낙후성을 혁파하고 협치가 가능한 정치혁명(헌법-국회선진화법-선거법 개정)을 한다는 명분, 그리고 앞으로 2~3년 동안이 북한 핵 문제를 풀어야 할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경제는 국무총리와 내각에게 맡기고 외교-안보-통일 대통령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명분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지금의 한국 경제와 산적한 여러 과제(저출산-고령화, 불평등, 청년실업문제 등 일자리 창출, 실패한 교육과 학교의 개혁)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정치혁명은 필요한데 그 길을 열어준다는 이유를 댈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 측에서는 경제 등 국내정치에 집중하면서 다수당의 실질적인 리더가 되는 기회(총리는 분권형 대통령제 하에서 다수당의 리더)를 갖고 정치혁명의 주인공이라는 명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대선 직전에 있을 수 있는 역단일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반기문 총장이 새누리당의 최종 후보여야 하고 선거 막판에 독자적으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 입장이다.
2) 국민의당의 경우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독주하고 있는 상황으로는 자체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민의당의 확대 개편 혹은 매개 개편이든 심지어 해체 개편이든 제3지대를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더민주 후보와 단일화하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우선 단일화해서 후보 자리를 또다시 내주는 경우 자신과 국민의당 정치적 생존이 어렵고, 지난 시기의 경험에 비추어 더민주 세력 내에 들어올 경우는 입지가 축소되며 나가있을 때는 독자적 영역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확인했듯이 보수세력들이 자신들의 후보에게 승산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덜 불안한 후보와 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더민주와 단일화하지 않을 이유 중의 하나이다.
안철수 의원은 확대 개편된 제3지대를 만들어가면서 대선까지 3자 대결구도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에 지지율이 변수일 텐데 지지율의 조합이 분권형 대통령제를 매개로 한 역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3) 더민주의 경우
더민주의 경우는 대선을 3자 대결구도로 보고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분권형 개헌을 매개로 한 역단일화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지난번 ‘우리당 대권후보들께 드리는 편지’(https://www.facebook.com/bdmin2016/posts/1389752254385721)에서 썼듯이 대선판을 흔드는 가치와 정신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려는 노력 이상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역대결보다는 세대대결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20~50세대를 흔들어 깨울 수 있는 가치의 대결로 선거판을 끌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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