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49]
이인영 의원 6월항쟁 30주년 연속토론 마무리
“정권교체 그때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성공”
‘86세대’의 끝없는 도전…“세번째 혁명은 통일”
우상호 임종석 김영춘 등 정치 리더로 떠올라
젊은 시절의 강렬한 체험이 그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역사적 사건을 집단으로 경험한 세대는 그 사건이 곧바로 그 세대의 정체성이 되기도 합니다. 1950~1953년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가 반공 이데올로기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그런 이치입니다.
20대 젊은 나이에 1987년 6월항쟁을 겪은 세대가 있습니다. 이들은 대학 캠퍼스 안에 갇혀 있던 학생운동을 대중운동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야당 정치인, 그리고 젊은 직장인 ‘넥타이 부대’와 함께 시민혁명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비록 1987년 12월 대선 패배로 좌절했지만, 시민혁명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자부심과 긍지는 이들의 자산이었습니다.
20대 젊은 나이에 전두환 정권과 맞서 싸운 경험 때문인지 이들은 정치에 대한 감각이 유난히 뛰어났습니다. 1987년 대선, 1988년 총선, 1992년 총선, 1995년 지방선거, 1996년 총선 등을 계기로 정치인의 참모나 당직자로 대거 정계에 진출했습니다. 각 대학 학생회장을 지낸 유명인사들은 2000년 새천년민주당, 2004년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 사회는 이들을 ‘386’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나이는 30대, 대학 학번은 80년대 학번, 출생연도는 1960년대생이라는 뜻입니다. 10년쯤 지나서 40대가 되자 ‘486’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또 10년쯤 지나자 이제는 ‘586’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86세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호칭은 달라졌지만 ‘386’, ‘486’, ‘86’이라는 단어 앞에는 ‘싸가지없는’이나 ‘출세 지향적인’이라는 부정적 수식어가 붙어 다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젊고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반기지 않습니다. 그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더구나 보수 성향의 정치인이나 논객들은 학생운동 출신 젊은 정치인들을 매우 위험한 존재로 인식했습니다. 이념 성향이 ‘반미친북’이라고 의심했고, 대한민국의 기존 질서를 위협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86세대는 지난 20여년 동안 ‘세대의 굴레’ ‘이념의 굴레’ ‘계급의 굴레’를 뒤집어쓰고 살았습니다.
세월은 흘렀고 86세대는 어느덧 50대가 됐습니다. 2007년 대선에 이어 2012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패배하면서 86세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은 그들에게 ‘낡은 진보’라는 새로운 굴레를 뒤집어 씌웠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후배들은 86세대 선배들을 기득권 세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때 가장 혁신적인 세력이라고 자부하던 86세대가 ‘낡은 진보’ ‘기득권 세력’으로 몰리는 굴욕을 당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86세대 안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86세대는 자신들이 대한민국 정치에서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 여전히 혁신 세력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30년 전의 6월항쟁만 붙들고 사는 ‘퇴물’들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주역임을 입증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맞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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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의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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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6월항쟁은 무엇인가?(함세웅)
6월항쟁과 개헌(박명림)
6월항쟁과 통일(진희관 임을출 김영윤)
6월항쟁과 노동(김국진 이원보)
6월항쟁과 경제(손종칠 주동헌 유철규)
6월항쟁과 시민사회운동(박석운 이태호 조영선)
6월항쟁과 대선
6월항쟁과 박종철(박래군 권영국)
6월항쟁과 학생운동
6월항쟁과 언론(신태섭)
6월항쟁과 정치(최형익 김용철 안용흔 김형철)
6월항쟁과 민주화운동 역사(박종구 정문영 차성환 이선태 안진걸)
“6월항쟁의 역사 속에서만 살 수는 없었다. 정말 졸업하고 싶었다. 이제 6월항쟁을 졸업하고 촛불혁명으로 진학할 수 있게 됐다. 삶에 자부심이 다시 생겼다. 30년 전에 우리가 그랬듯이 촛불혁명을 경험한 젊은이들이 이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두 번의 시민혁명을 경험한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세 번째 시민혁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욕심이 있다. 통일이다. 올여름부터 민통선을 따라서 걸을 것이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걸을 것이다. 통일될 때까지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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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5월 11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우상호 원내대표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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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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