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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08 19:46 수정 : 2015.01.19 16:26

객주문학관 안에 마련된 조선후기 보부상들의 활동상을 재현한 코너 앞에 김주영 작가가 서 있다.

[짬] 소설 이름 딴 ‘객주문학관’ 개관
원로 작가 김주영

“고향이란 한번 떠나면 죽어서나 돌아오는 곳인데, 저는 운 좋게도 살아서 오게 되었습니다. 객주문학관 덕분이죠. 아직 글 쓸 여력이 남아 있을 때 고향에 돌아와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 고맙습니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창작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의욕이 생기는군요. 고향과 고향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널찍한 폐교 고쳐 문화 중심으로
인근 옹기가마 한지공방 묶으면
청송의 대표적 관광지 될수도

“고향은 떠나면 죽어서나 오는데
작업할 공간 생겨 창작욕 생겨
김주영문학관 아니어서 다행”

원로 작가 김주영(75)씨는 고향인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 세워진 객주문학관 개관을 앞두고 설레는 모습이었다. 10일 공식 개관하는 객주문학관은 조선 시대 떠돌이 장사꾼이었던 보부상의 삶을 그린 그의 10권짜리 대하소설 <객주>에서 이름을 따왔다. 문학관 안에 마련된 그의 거처 겸 집필실 여송헌에서 6일 오후 그를 만났다. “청송은 깊은 산골 오지인데다 재정자립도도 매우 낮은 곳입니다. 이번에 객주문학관이 공식 개관하고 내년 말까지 문학관 옆에 객주 문학마을과 객주 문학길이 조성되면 군의 재정자립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인근의 옹기 가마와 한지 공방, 청송 백자전시관, 심수관 도예전시관, 민예촌 그리고 주왕산, 주산지 등과 연계하면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유인이 될 거라고 봅니다.”

폐교된 학교 건물을 손보아 만든 객주문학관은 부지 2만4700여㎡에 연면적 4600여㎡에 이르는 3층짜리 건물로 이루어졌다. “국내 문학관 중 가장 크지 않을까”라고 작가는 짐작했다. 문학관은 <객주>를 중심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담은 전시관과 소설책들을 모아 놓은 소설도서관, 전시 공간인 스페이스 객주, 영상 교육실, 창작 스튜디오, 세미나실, 연수 시설 그리고 김주영씨의 거처이자 집필실이기도 한 여송헌 등으로 이루어졌다.

“처음부터 제 생각은 ‘김주영문학관’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까지나 <객주>를 중심으로 한 시설이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소설 <객주>의 내용과 더불어 보부상의 활동상과 시대의 상업사를 엿볼 수 있는 자료를 집중적으로 전시했습니다. 이런 자료를 가지고 기업인이나 학생 들에게 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의 말대로 전시관에는 보부상들의 계약 성사 장면과 엄한 규율을 보여주는 조형물과 지게, 물미장, 저울, 산가지, 신표 같은 도구 그리고 보부상들이 돌아다녔던 전국의 장터를 사진 및 설명과 함께 표시해 놓은 지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와 함께 작가가 1968년 소설 창작에 전념하고자 안동엽연초생산조합 주사직을 그만두면서 쓴 사직원, <객주> 육필원고 일부와 취재할 때 썼던 카메라, 그가 수집한 수십개의 철필과 저울추 등도 눈에 띈다.

1층에는 작고한 선배 작가 하근찬(1931~ 2007)의 공책과 휴대용 가첩(家牒, 개인족보), 안경과 필기구, 사진, 신문 스크랩 등을 모아 놓은 별도의 코너도 있다. 이인, 최석운, 김선두, 황주리 등 화가들이 <객주>와 <잘 가요 엄마> 등 김주영씨의 소설을 소재로 그린 그림들도 전시되었고, 그가 전국의 장터를 취재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 50여점도 따로 자리잡았다. 스페이스 객주에서는 나무와 철을 활용한 독특한 작업으로 평판을 얻은 조각가 이재효의 초대전 ‘상상력의 귀향’이 10일부터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객주문학관은 특정 인물이나 작품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관·전시하는 기본적인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민과 소통하고 지역 사회의 문화·예술 환경 조성에 이바지하며 여러 장르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으로도 쓰일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 건물이 애초에 학교였지 않습니까? 문학뿐만 아니라 미술과 사진, 등산학교 등을 운영해서 사람들이 계속 들락거리면서 살아 있는 문학관이 되도록 하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자주 내려와 있는 거겠죠.”

자신의 말마따나 그는 앞으로 한달에 열흘 내지 보름 정도는 문학관에 내려와 기거하면서 글을 쓸 계획이다. 서울에 있던 책 5000여권이 그와 함께 이곳으로 옮겨 왔다.

“청송은 외진 산골이라서인지 전설이 유난히 많은 고장입니다. 잘 알려진 청송 심씨의 원고향이 이곳이기도 하고요, 장날에 얽힌 전설도 있고 독립운동에 관한 전설도 있더군요. 그런 전설들을 정리해서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쓰려 합니다. 소설은 아니지만 제가 고향에 내려와서 쓰는 첫 책이 될 겁니다.”

10일 개관식 직후에는 제8회 한·중작가회의가 이틀 일정으로 문학관에서 열린다. 한·중작가회의는 2007년부터 해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열리고 있는데, 이번 대회에는 황동규, 김원일, 이시영, 도종환, 정찬, 조해진 등 한국 문인 27명과 아라이, 수팅, 옌리 등 중국 문인 21명이 참여해 작품을 낭독하고 토론을 벌인다.

“제가 90년대부터 일본이나 독일, 러시아 작가들과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았습니다. 그때도 의미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번 중국 작가들과의 교류처럼 동질성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중국 작가들도 비슷한 말을 하더군요. 그들도 외국 작가들과 이렇게 오래 교류 행사를 이어 온 경험은 없다고 합니다. 서로 말은 안 통해도 자주 만나다 보니 동질감과 친근감이 생기고 그것이 작가 개개인에게 문학적 에너지로 작용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번 행사도 청송군에서 지원했습니다만, 앞으로도 몇번 더 지원하겠다고 하니 든든합니다.”

최재봉 기자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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