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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09 18:45 수정 : 2015.01.11 17:53

[짬] 불교 한영사전·영어백과사전 낸 전옥배 불교번역연구원장

“한국 불교 국제화를 부르짖으면서 제대로 된 영어사전 하나 없다니 말이 되나. 불교 문헌 영역작업부터 영어사전 없이 해내기는 어렵다. 한류붐도 더 깊이 있고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려면 불교 영어사전이 필요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외부 방문자 최대 고객이 한국인들이라는데, 한국에도 그에 못지않은 잠재적 자원이 있다. 바로 한국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1700년 역사의 불교유적이다. 제주 올레길처럼 전국 명산의 사찰들을 잇는 도보 순례길을 만든다면 엄청난 일이 될 것이다. 지금도 이미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한국 사찰 순례여행팀을 꾸리고 있다. 그들의 호응이 대단하다. 그 일에도 불교 영어사전은 필수적이다.”

25년간 은행 일을 한 뒤 50대 나이에 불교 공부에 뛰어든 늦깎이 불교연구자 전옥배(67·사진) 한국불교번역연구원장이 올해 2권의 불교 사전을 냈다. 한 권은 1만2천개의 표제어를 담은 <한영 불교 대사전>(A Korean-English Dictionary of Buddhism), 또 한 권은 570여개의 키워드와 180여컷의 사진자료를 수록한 (한국불교 백과사전·운주사 펴냄)이다.

54살에 불교학과 대학원 진학
한영사전 없어 번역 애먹다가
사전 편찬에 10년 매달려 성과

너무 힘들어 다신 안하려 했지만
표제어 좀 더 풍부하게 다듬는 중
“사찰 순례길 만드는게 제2 목표”

한영사전은 뉴욕주립대에서 한국 불교 연구로 학위를 받은 찰스 뮬러 도쿄대 교수와의 공저이고, 혜원 스님과 데이비드 메이슨 남서울대 교수가 함께 만든 백과사전에도 전 원장은 실무작업자로 깊숙이 참여했다.

“2년쯤 예정했다가 7년 이상 걸린 한영사전, 그리고 백과사전 합해서 10년간을 사전편찬 작업에 매달려온 셈인데, 작업량이 워낙 많아 2000년께야 쓸 수 있게 된 컴퓨터 자판기에 고개를 박고 몰입해 독수리 타법으로 입력하다 보니 목디스크에 걸렸다. 그 바람에 오른쪽 신경이 손상돼 지금 오른팔이 마비상태다. 침을 맞고 있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에 외환은행에 들어간 전 원장은 이른바 ‘아이엠에프 사태’(외환위기) 때인 1999년 퇴사한 뒤 54살 나이에 동국대 불교학과 대학원에 들어갔다. “원래 기독교 신자였는데, 외환은행 안암동지점 근무 시절 업무관계로 근처 승가대학을 출입하면서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 본격적으로 불교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대학원에 갔고, 2001년부터 동국대에서 발간하는 국내 최초의 불교학술 영문저널(The International Journal of Buddhist Thought and Culture)에 편집진으로 참여하면서 한영·영어사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전옥배 불교번역연구원장
불교문헌 영역작업에 한영사전이 없어 일영불교사전과 한(漢)영불교사전을 이용했는데 한영사전이 있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해야 했다.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던 당시 송석구 동국대 총장의 권유로 한영사전 작업을 시작했다. 2년쯤이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가 2006년 백담사 앞 만해마을에서 열린 국제불교학술대회에서 세계적인 인터넷 불교전자사전(Digital Dictionary of Buddhism) 사이트 운영자 뮬러 교수를 만났다. “우연히 그 사이트를 알게 돼 이미 이용하고 있었는데, 그 대회에서 뮬러 교수를 만나 그의 통역자로 사흘간 한방을 쓰면서 친해졌다. 그때 한영불교사전을 함께 만들자는 데 합의했다.”

뮬러 교수가 20년 전에 시작한 누리집(buddhism-dict.net/ddb)에는 지금 70여명의 각국 불교전문가들이 집필한 불교용어 6만2천여개가 수록돼 있고, 매달 300~400개씩 표제어가 불어나고 있다. 집필자의 이름이 명기되는 그 사이트에 전 원장도 수천개의 용어를 올려 최다 집필자 중 한 사람이 됐다. 한영사전은 그 사이트 수록 용어의 약 5분의 1 정도를 가려뽑고 전 원장이 한국 불교 관련 용어들을 추가해서 내용을 대폭 간추리고 통일한 뒤, 표제어마다 기본 의미를 달고 여러 갈래의 설명을 붙였다. 설명은 영어지만 용어들은 필요에 따라 한글, 한자, 산스크리트어 등으로도 표기했으며, 한자 어휘 색인도 달았다. 유통 중인 세계 불교사전 중에서 최대 어휘를 자랑한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 불교 안내서라 할 백과사전은 “한류 덕에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음에도 그 핵심이라 할 한국 불교 문화를 외국인에게 제대로 정리해서 소개하는 자료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바꿔보고자 만들었다. “한국불교문화원이 편찬한 <한국불교문화사전>을 모본으로 그곳 원장을 지낸 혜원 스님이 이끄는 비구니들 모임 ‘목련회’ 후원을 받아 만든 것”이다.

전 원장은 “너무 힘이 들어 뮬러 교수와 다시는 이런 일 하지 말자는 얘길 했다”고 했다. “뮬러 교수나 나나 돈 생각 없이 보시한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고, 출판사 쪽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은 개인이나 개별 출판사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일이다. 조계종이나 지자체 또는 국가가 나서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까지 판매 실적은 ‘예상대로’ 신통찮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 또 사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왕의 한영사전을 표제어 3만 정도의 좀 더 풍부하고 본격적인 사전으로 완성하는 일인데, 그가 들고 다니는 그 사전 여백들에는 펜으로 갈겨쓴 보충해야 할 내용들이 어지러이 적혀 있었다. 그가 “올인”하겠다고 한 또 한가지 일은, 세계 관광업계가 미래 관광산업의 목표로 내걸고 있는 지속가능한 관광의 표본이 될 수 있다고 그가 확신하는 “한국 사찰 순례, 원효 구도 순례길을 만드는 것”이다.

글·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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