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경제모델 프라우트가 온다>의 저자인 다다 마헤슈와라난다(왼쪽)와 옮긴이인 다다 칫따란잔아난다(오른쪽).
|
[짬] 프라우트 공동체 이론가 다다 마헤슈와라난다
|
최근 한살림 초청으로 첫 한국 방문
국내 ‘아난다 마르가’ 공동체 순회 자본주의 대안 ‘진보적 활용론’ 주장
“소득격차 10만배…세계경제 위험해져”
자본·공산주의 넘는 ‘통일한국’ 예감 마헤슈와라난다는 지난해 그 책의 개정증보판 <자본주의를 넘어>를 낸 한살림 쪽의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인도 전통의 터번과 오렌지색인 공동체 옷차림을 한 이들은 “내 삶을 인류에 대한 봉사에 바치겠다는 뜻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난 9일부터 열흘간 일정으로 광주 등 전국 여러 곳을 함께 돌며 독자들과 프라우트 공동체 ‘아난다 마르가’ 사람들을 만났다. “지금 세계경제는 (7년 전에 비해) 훨씬 더 위험해졌다. 거기에 맞춰 개정판도 내용을 많이 바꿨다.” 프라우트(Prout)는 ‘진보적 활용론’(Progressive Utilization Theory)의 영어 머리글자로, 탈자본주의 대안공동체를 추구하는 국제적 조직 아난다 마르가(Ananda Marga·지복의 길)에서 표방하는 대안이론이다. 1955년에 인도 사상가 프라바트 란잔 사르카르(1921~90)가 창설한 아난다 마르가는 무자비한 이윤추구를 토대로 한 자본주의 체제는 공황과 절대다수의 빈곤, 부의 편재와 심각한 불평등으로 파산을 피할 수 없다며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의 공통적인 이익을 고려할 때 자본주의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옮긴이 칫따란잔아난다는 이런 말을 했다. “플라톤도 한 사회 상층의 소득이 하층 소득의 5배를 넘으면 위험에 빠진다고 했다. 1970년대 미국의 상하층 소득차는 1000 대 1 정도나 됐다. 하지만 지금 미국 대기업 최고책임자의 연봉은 그 회사 초년생 연봉의 3만배다. 그 회사 직원이 아니라 일반 하층민 소득을 그 최고연봉자와 비교하면 무려 9만배 차이가 난다.” 마헤슈와라난다는 “이제 최고연봉자와 하층민의 소득격차는 무려 10만배로 증폭됐다”고 했다. 상층과 하층의 평균소득 격차는 노르웨이가 5배고 세계 평균이 10배라고 했다. “지금도 증산은 가능하지만, 날로 커져가는 부의 편중 때문에 투기로 거액을 버는 상층부 소수 부자들을 뺀 대다수 사람들은 그것을 사서 소비할 돈이 없다. 피해자는 약자들이다. 특히 젊은층과 여성들이 가장 큰 고통을 당할 것이다. 공황은 피할 수 없다. 이자율을 제로 수준으로 낮췄지만 투기자본만 성할 뿐 실물경제는 사실상 거의 파산상태다. 그럼에도 미국과 일본의 주가는 올라가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순 없다. 2008년 공황은 중국이 완충작용을 한 덕에 일단 넘겼지만, 다시 올 위기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자란 마헤슈와라난다는 70년대 대학에서 베트남전 반대운동에 가담하면서 징집영장을 불태웠고, 기숙사 벽에는 “미친 놈이라는 소릴 들어도 좋다. 혁명은 사랑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적힌 체 게바라 포스터를 붙여놨다고 했다. “그때 미국 대학에는 요가와 명상이 유행했는데, 나도 74년쯤 명상수련을 시작했고 78년엔 집을 나왔다.” 독신인 그는 푸에르토리코를 거쳐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9년째 프라우트 운동을 펼치고 있다. “프라우트는 자립과 생태환경 보존, 보편윤리와 영성적 가치, 독립적인 지역경제, 협력과 공유를 토대로 개인과 공동체의 미래를 가꿔가려는 것이다.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고, 소득과 부의 상한선을 설정해서 상층과 하층의 격차가 일정수준 이상 벌어질 수 없도록 한다. 17인 이상 고용 사업체는 모두 협동조합으로 바꿔, 산업의 70%를 협동조합이 담당한다. 농산물은 90% 이상을 자급자족한다. 전기와 수송, 에너지 등의 기간산업은 국가가 공영·국영기업 형태로 관리한다. 국가관리 사업을 저변으로 중간에 협동조합, 맨 위에 개인들이 포진하는 피라미드 형태의 프라우트 공동체는 경제적 민주주의를 강조한다. 경제 민주주의 없는 정치적 민주주의는 허구다.” 옮긴이 칫따란잔아난다는 전북 정읍 출신의 한국인이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위치타대와 메릴랜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서 일하다 심하게 앓은 뒤 아난다 마르가를 만났다. 지금은 6년째 상하이를 중심으로 중국 전역을 돌며 프라우트를 전파하고 있다. “나는 한국에 아주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믿는다”고 한 마헤슈와라난다는 머지않아 “한반도가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다른 방식으로 통일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글·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