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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현 순경.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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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부천 원미경찰서 중앙지구대 조장현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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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공의 적’ 강력계 형사 ‘꿈’ 키워
유도 배워 용인대 졸업 4년만에 합격
범죄 많은 원미서 자원해 ‘250건’ 해결 스마트폰에는 수배범 사진·영상 가득
“조직폭력배 소탕하는 터미네이터 경찰” 지난해 11월 초 조 순경은 다급히 현장 출동을 요구하는 무전기 소리를 들었다. 부천대 근처 술집에서 4명이 2명을 집단폭행하고 있다는 신고였다. 현장은 난장판이었다. 폭행당한 한명은 기절한 상태. 경찰이 출동했는데도 나머지 한명에 대한 뭇매는 계속됐다. 그중 가장 덩치 큰 가해자가 조 순경의 사정권에 들어왔고, 공중에 ‘붕’ 떠올랐다. 거꾸로 떨어지는 그를 다시 잡아챘다. 나자빠진 그는 정신만 혼미해졌을 뿐 별다른 부상은 입지 않았다. 나머지 가해자들은 순간 얼어버렸다. 조 순경의 놀라운 완력과 담력은 지난해 말 길이 30㎝짜리 칼을 들고 설치던 120㎏ 거구의 조폭을 혼자 제압하면서 한층 유명해졌다. 휴일에도 자원근무를 하던 그는 부천의 고급 빌라촌 골목으로 출동했다. 순찰차 7대가 동원됐고, 20명의 경찰이 신고 지역의 포위망을 좁혀갔다. 그는 대열에서 이탈해 혼자 수색에 나섰다. 2층 연립의 열린 문으로 살짝 들여다보니 술 취한 남자가 집안을 헤집어 놓으며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그가 집 안으로 들어서자 남자가 노려봤다. “순간 화가 나더라고요. 경찰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협박하다니. 그래서 가차없이 찍어 눌렀죠.” 그는 바짝 다가서 오른발로 상대의 복부를 걷어찬 뒤 고꾸라지는 남자의 허리를 감아 돌렸다. 다른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조폭의 팔목에 수갑이 채워진 뒤였다. “영화 <공공의 적>의 강력계 형사 강철중(설경구 분)처럼 사는 게 꿈입니다.” 영화에서 강 형사는 혼자 흉기를 든 10여명의 깡패를 제압한다. 허풍이 아닌 듯하다. 그가 입은 경찰 유니폼은 터질 듯하다. 마치 ‘터미네이터 경찰’ 같다. 그가 헬스클럽에 가서 역기라도 들면 구경꾼이 몰릴 정도란다. “벤치프레스는 160㎏을 들고요, 어깨에 역기를 걸치고 무릎을 굽히는 스쾃을 할 때는 320㎏까지 들어요.” 경찰학교 시절 손 악력 테스트에선 항상 1등, 팔씨름해서 져 본 적이 없단다. 키 172㎝에 체중 100㎏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유도를 배워 용인대 유도학과를 졸업했다. 경찰은 어릴 때부터 희망이었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악당들을 혼내주고, 폭력배 조직을 와해시키는 정의의 수호자를 늘 꿈꿨어요.” 사실 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막노동과 경호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직접 학비를 벌어야 했다. 졸업 4년 만에야 경찰 공무원 시험을 통과해 지난해 8월 첫 부임지로 원미서를 지원했다. 크고 작은 범죄가 빈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휴무일에도 출근했다. 범인을 잡는 일이 짜릿하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는 고참 형사들이 즐겨 부르는 신참 파트너가 됐다. 불과 10개월만에 그가 검거하거나 해결한 현장 사건은 무려 250여건, 경찰 평균 20~30건과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월등하다. 그것도 강력계 형사가 아닌 지구대 경찰이 거둔 실적이라 주변에선 모두 놀라워한다. 그의 검거 실적은 뛰어난 몸싸움 실력과 더불어 남다른 노력 덕분이다. 그는 스마트폰에 수많은 현상수배범의 사진과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힌 동영상을 담아 항상 보고 다닌다. 거리를 오가면서도 스마트폰의 사진을 보여주며 탐문하고 신고를 당부한다. “도난 현장에서 서성이던 신사복 차림의 남자 영상을 여러번 보며 눈에 익혔는데, 어느날 새벽 불심검문할 때 딱 마주쳤어요. 물론 그 자리에서 잡았죠.” 웃는 모습이 수줍다. 부천/이길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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