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01 19:10
수정 : 2015.06.01 19:10
[짬] 한국차문화협회 새 이사장 최소연 명예교수
“한국차문화협회 각 지부가 튼튼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한국의 차문화를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만들고 싶습니다.” 5월26일 오후 인천시 구월동에 있는 한국차문화협회에서 만난 최소연(69·사진·가천대 명예교수) 이사장은 “어머님은 통도 크시고 생각이 크신 분이었어요. 감히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어머니가 해놓은 전례에 제 생각을 넣으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어머니 이귀례 전 이사장은 한국 차문화를 일군 선각자로서 차인들 사이에 ‘거목’으로 불린다. 1995년 한국차문화협회를 창립해 이끌어온 그는 연초까지만 해도 정정해 세 딸 중 맏이인 최 부이사장과 함께 ‘모녀 차인’으로 동반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다 이 전 이사장이 지난 2월말 87살을 일기로 별세한 뒤 최 교수는 2대 이사장으로 추대돼 대를 이어 차문화협회를 이끌게 됐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어머니 이 전 이사장이 어린 시절 동학운동을 했던 할아버지로부터 행다법을 보고 익혔던 내력을 고려하면 무려 4대를 잇고 있는 셈이다. 가천대 이길여 총장이 최 이사장의 이모가 된다.
일제·전쟁에 끊긴 차문화 되살려내려
차협회 만든 이귀례 전 이사장의 맏딸
지난 2월 별세 뒤 ‘모녀 대물림’ 화제
“20여년 그림자 수행…차박사 학위도”
‘차인의 날’ ‘규방다례’ 보급 등 계승
“차 예절 가르치면 학교폭력도 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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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연 한국차문화협회 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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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단순한 분이 아니었어요. 친구 같기도 하고 스승 같기도 하고. 스스럼없이 모든 걸 같이 할 수 있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최 이사장은 추석이나 설 때도 여행을 함께 가는 등 20여년간 그림자처럼 어머니를 수행하며 차를 배웠다. 그런 만큼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울먹이기부터 했다. “25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뒤 어머니와 가까워지고 싶어 어머니가 좋아하는 차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규방다례’를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박사학위(경영학)도 받았다. 그는 “어머님 덕분에 모든 게 잘됐다. 부모에게 잘하면 잘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속 깊은 사랑은 많이 하셨을 텐데 드러내시지는 않았어요. 저를 후계자로 보셨는지 사랑보다는 질책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너무 구속한다는 생각에 반항도 했지만 어머님의 뜻을 안 뒤에는 거기에 부응하고자 노력했지요.”
최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차문화협회의 가장 큰 행사인 ‘한국 차인(茶人) 큰잔치 및 차인의 날’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차인의 날’은 1970년대 초반부터 서울 종로에서 우리 차를 알리는 행진을 해온 이 전 이사장이 79년 일제와 전쟁 등으로 명맥이 끊긴 우리 차를 되살려내겠다는 의지로 ‘한국차인회’ 준비위를 꾸리고 이듬해인 80년부터 해마다 5월25일을 지정해 잔치를 열어왔다. 95년부터는 협회 차원에서 ‘차인 대회와 차인의 날’ 행사를 주도해왔다.
현재 전국 26개 지부에 2만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차문화협회는 1년짜리 대학원 과정을 통해 전문사범을 3천명 이상 배출해왔다. 해마다 봄(4월)과 가을(10월)에 ‘전국 청소년 차문화전’과 ‘전국 인설차문화전’을 열어 국회의장상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포상함으로써 자라나는 세대에게 전통 차문화를 익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현재 국내 유일의 ‘규방(안방)다례’ 보유자이기도 하다. 규방다례는 이 전 이사장이 ‘우리나라에 고유의 차문화가 있었다’는 것을 고증하고 문헌을 찾아내서 정리한 것이다. 2003년 11월 다례 부문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천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 전 이사장이 2010년부터 5년간 사재를 털어 연구를 진행한 <조선시대 여성의 차문화와 규방다례>는 2014년 간행과 동시에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되면서 한국 차문화사는 물론 여성생활사 연구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어머니에 이어 수제자인 최 이사장이 2대 보유자로 등록됐다.
이 전 이사장은 94년부터 인도·스리랑카·미국·독일·중국·대만 등 국외에서 규방다례를 시연하고 전통 궁중의상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전통문화의 세계화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차인 큰잔치에 중국과 대만, 일본의 차인들이 대거 참가하기도 했다.
그 맥을 이어 차문화를 한류로 보급할 수 있다고 생각한 최 이사장은 정년퇴임 뒤에도 명예교수로서 가천대에 ‘차문화와 예절’ 강의를 개설해 대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규방다례(부녀자들이 내실에서 행하는 차 다루는 법과 제반 다반사)를 비롯해 선비차, 생활차, 가루차 등 행다법을 익히고 차와 어울리는 떡이며 음식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그의 강의는 수강신청이 1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그는 “학교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학교폭력과 왕따잖아요. 그런 것이 없어지려면 윤리와 도덕이 바로 서야 합니다. 차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하면 효과가 클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사진 한국차문화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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