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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04 18:57 수정 : 2015.06.05 09:37

사진 ‘무상급식지키기 집중행동’ 제공

[짬] ‘양산 무상급식 지키기 집중행동’ 허문화 씨

“사람의 목소리가 대중이라는 힘을 얻으니 빛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비 지원을 중단하면서 지난 4월1일부터 시작된 ‘경남발 무상급식 중단사태’의 파괴력이 애초 예상보다 약하다. 경남 18개 시·군별로 학부모들이 똘똘 뭉쳐 ‘무상급식 원상복구’를 촉구하며 굳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부모들은 시·군의회에 무상급식 지원을 의무화하도록 관련 조례 개정을 요구하며, 경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결정을 조금씩 조금씩 허물고 있다.

제각각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얼굴도 모르던 학부모들이 하나로 뭉쳐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네이버 밴드’ 등 사회연결망서비스(SNS) 덕택이다. 사회연결망서비스를 통한 학부모 운동의 중심엔 양산시에서 ‘무상급식 지키기 집중행동’ 밴드를 만들어 이끌고 있는 허문화(47·앞줄 왼쪽 둘째)씨가 있다.

허씨는 고3과 중3 두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이자, 방과후 논술교사로 일하는 ‘슈퍼맘’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경남도의 발표를 지켜보면서 서서히 ‘앵그리맘’으로 변해갔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중단 강행’ 맞서
학부모들 네이버 밴드 개설해 결집
18개 시군별 ‘원상복구’ 촉구운동 활발

두 아들 둔 방과후 논술교사 ‘슈퍼맘’
시간없어 고민하다 3월 ‘밴드’ 시작
양산만 2800명 2개로 나눠 공동운영

“무상급식 중단 결정의 부당함에 공감하는 학부모들을 몇 번 모아보려 했지만, 다들 시간 맞추기가 힘들었어요. 나부터 가사와 일을 병행하느라 바빴구요. 언제 어디서나 많은 사람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밴드를 생각하게 됐어요.”

그는 지난 3월8일 저녁 7시께 네이버 밴드 ‘무상급식 지키기 집중행동’을 열었다. 밴드 개설 이틀만에 회원이 1천명을 넘어섬에 따라, 같은 이름의 밴드를 하나 더 만들었다. 회원들은 꾸준히 늘어, 4일 현재 두개의 밴드에 가입한 양산지역 학부모는 2800여명에 이른다. 양산지역 전체 60개 초·중·고교의 학부모회 회장 절반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두개의 밴드는 각각 5명씩 공동운영자를 두고 있으며, 운영자들은 매주 한차례 만나 회의를 한다. 밴드를 통한 학부모 모임은 통영·김해·하동 등으로 퍼져나가, 현재는 경남 18개 시·군 모두에서 학부모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허씨는 “밴드를 처음 만들 때는 그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에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을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같은 목소리를 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만큼 학부모들의 심정이 절실했다는 것이겠죠”라고 말했다.

회원수가 2천명을 넘어서자 밴드에서는 자연스럽게 집회를 열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산시청 앞에서 연 첫 집회엔 200여명의 학부모들이 모였다. ‘강남도 무상급식 경남만 유상급식’ ‘세금은 내가 내고 갑질은 니가 하나?’ ‘의무교육 의무급식’ ‘의무급식 외면하면 정치인생 마감이다’ 등의 구호가 이때 처음 등장했다. 모두 밴드 대화방에서 학부모들끼리 논의해서 만들고 다듬은 것들이다.

회원들은 활동영역을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확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대표적 활동은 경남도의원·양산시의원에게 무상급식 원상복구 촉구 문자 보내기, 무상급식 관련 언론보도에 댓글 달기 등이다. 허씨는 “양산지역 도의원과 시의원들은 하루 50통 이상 ‘문자폭탄’에 시달렸고, 그 과정에 새누리당 시의원 9명 중 5명이 학교급식비 지원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조례 개정을 발의했다. 이 모든 과정은 자발적으로 이뤄졌고, 그 내용은 밴드에 공개됐다”고 말했다.

학보모들은 오프라인에서도 식판 들고 집회하기, 지방의원 초청 수다방 열기, 아파트 베란다에 펼침막 걸기, 무상급식 홍보 전단지 돌리기, 지방의회 회의 참관하기, 무상급식 지원을 의무화하는 양산시 조례 개정 서명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명은 사흘만에 7천명을 넘어섰다. 전체 유권자가 18만여명인 양산시에서 이런 규모면 지방선거 시장 당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양산시는 이들을 처음엔 ‘일부 학부모’로 표현하다, 이젠 ‘많은 학부모’라고 바꿔 부르고 있다.

허씨는 “이런 움직임과 변화는 학부모 스스로를 변모시키기 시작했다. 워낙 뉴스는 거의 안보고 드라마만 본다고 했던 엄마들도 이제는 뉴스를 빠뜨리지 않고 보며 사회·정치 문제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방식의 사회운동과 달리 밴드 등 사회연결망서비스를 이용한 운동은 우리들의 외침에 대한 반응이 금방 나타나고, 댓글이라는 보상이 뒤따르기 때문에 흡인력이 강하고 중독성도 있는 것 같아요. 평범한 엄마들의 한 마디가 대화방에서 호응을 얻으면서 자존감도 많이 형성되고 유대감을 형성해, 공감과 소통이 빨리 이루어지는 장점도 있구요. 소극적인 사람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생각을 명확히 밝힐 수 있으니 부담없이 참여를 하게 되구요.”

사회연결망서비스를 이용한 사회운동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허씨는 “현재는 무상급식을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이지만, 나아가 우리 지역의 교육 현안에 대해 온·오프라인으로 생각을 밝히고 또 모을 수 있는 공동체를 이끌어냈으면 한다. 특히 30~40대 엄마들은 학교·학년·학급 단위로 다양한 사회연결망서비스에 가입해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한 정보 교류가 거의 다단계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이를 통해 교육문제에 가장 절실한 학부모들이 교육공동체를 이끌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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