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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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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부산 기장 오구굿’ 보유자 김동언 씨
“한도 많고 원도 많고 풀잎의 이슬같이 꽃다운 청춘은 다 보내고, 가슴에 한을 담고 가실 때 위안부 할머니들은 초망자굿에 넋이라도 혼이라도 뚜렷이 좌정하옵소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넋을 모셔오는 초망자(招亡者)굿이다. ‘부산 기장 오구굿’의 첫 대목이다. 무녀 김동언(61) 명인이 이승에서 부르는 소리는 저승의 김연희(6월26일 별세), 김외한(6월12일 별세) 등 위안부 할머니의 넋을 줄줄이 모셔왔다. 장구, 쇠(꽹과리), 징을 잡은 악사들의 구슬픈 소리가 뒤따랐다. 지난 4일 서울 남산골한옥마을의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김동언의 오구굿’이 열렸다. 동해안 별신굿 집안의 4대째 세습무녀 김 명인이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여는 위로의 굿판이다. 오구굿은 죽은 사람이 생전에 이루지 못한 소원이나 원한을 풀어주고 죄업을 씻어 극락 천도를 기원하는 굿이다. 최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세 분이 별세해,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이미 189명이 원통한 가슴을 치며 땅에 묻혔다. 이제 생존자는 49명뿐이다. 광복 70돌을 맞이한 지금까지도 일본은 제대로 된 사과나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있다. ‘이 시대 마지막 세습무녀’ 김동언 명인이 해원상생의 굿판에 나선 이유다. 4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오구굿판최근 별세 김연희·김외한 할머니 등
‘초망자굿’ 넋 모셔와 위로의 한풀이 ‘마지막 세습무녀’…양아들 부부 이어
선친과 20년 전부터 위안부 위로굿
8월 14일 부산 영도다리 밑에서 굿판 “이 굿을 천번 만번 하더라도 그 한이 풀릴까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과 고통을 어찌 달래야 할지…. 이제 사십아홉 분만 남았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고 그냥 모두 잊힐까 걱정입니다. 그건 돈으로 보상을 될 부분이 아니잖아요.” 김 명인은 할머니들이 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한분 두분 돌아가시는 게 너무도 안타깝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20년 전부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굿을 해왔다. 아버지인 고 김석출 명인은 중요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 별신굿 보유자였다. 그의 셋째 딸로 태어나 동해안 별신굿 전수조교를 지낸 김 명인은 부산시무형문화재 제23호 ‘부산 기장 오구굿’ 보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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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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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왼쪽) 부산기장 오구굿 명인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넋을 신태집에 모시고 뱃줄에 실어 극락가는 길을 닦아주고 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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