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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13 18:43 수정 : 2015.08.14 15:16

사토 마나부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짬] 일본 ‘배움의 공동체’ 창안자 사토 마나부 교수

“지금 일본의 가장 큰 불행은 듣는 귀가 없는 아베를 총리로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안전보장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학자들의 모임’ 발기인인 사토 마나부(65·사진)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겸 일본 학습원대 교수는 13일 “아베 총리가 만약 ‘배움의 공동체’ 교육을 받았다면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토 교수는 학교 개혁을 추진하는 ‘배움의 공동체’ 운동의 창안자로 지난 12일 창원 창신대에서 열린 ‘배움의 공동체’ 전국 세미나에서 특별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안전보장 법안 반대 학자모임’ 발기
6월 61명 시작해 3만1000여명 가입
“법안 찬성 70%서 반대 70%로 역전”

1998년 도쿄대서 ‘배움 공동체’ 시작
미·중·멕시코·동남아·한국으로 퍼져
“학교개혁 실천은 교육의 미래 약속”

일본학술원 인문사회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토 교수는 지난 6월15일 일본의 대표적 학자 61명으로 모임을 결성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반영한 안보법안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모임은 빠르게 확장돼 현재 일본 학자 3만1000여명이 가입해 있다. 매주 금요일 집회를 여는데, 지난달 31일엔 대학생들까지 결합돼 2만5000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사토 교수는 “이 모임을 처음 만들 당시엔 아베 총리의 안보법안에 찬성하는 국민이 70%에 이르렀는데, 이제는 반대하는 국민이 70%에 이르렀다. 만약 우리가 계속 밀어붙인다면 아베 정권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자민당도 붕괴될 것이다. 그 전에 아베 총리가 우리의 요구를 진심으로 받아들여 안보법안을 백지화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에게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귀가 없는 점”이라며, 세미나에 참석한 1200여명 교사들에게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는 귀를 가지라”고 주문했다. 또 그는 “학교 개혁의 가장 큰 목적은 한명의 학생도 빠짐없이 배우는 권리를 보장하고 배움의 질을 높이는 것이며, 배움의 질과 평등을 동시에 추구해 민주주의 사회를 준비하는 것이다. 학력 향상,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인재 육성, 우수한 수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사토 교수는 1998년 도쿄대 교육연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배움의 공동체’ 운동을 시작했다. 수업의 변화를 통해 학교를 바꾸려는 이 운동은 일본 전체 학교의 15%인 4000여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운동은 미국, 멕시코, 중국, 대만 등으로 확산됐으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국가교육정책으로 채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안학교들이 이 운동을 받아들였다. 2010년 경기 시흥 장곡중을 시작으로 공립학교에도 확산돼, 현재 300여개 학교가 추진하고 있다. 또 전국 시·도별로 일선 교사들이 연구회를 조직해 수업혁신과 학교혁신을 공부하고 있다.

사토 교수는 세미나에 참석한 교사들에게 “학교개혁을 위해서는 교사가 비전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교사들은 늘 ‘시간이 없다’ ‘사람이 없다’ ‘자원이 없다’고만 하며, 가장 중요한 비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드물다. 비전이 없으면 아무리 시간, 에너지, 사람, 자원을 투입해도 헛수고”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움의 공동체를 표방하는 학교개혁은 세가지 요건이 먼저 충족돼야 한다. 이 요건은 ‘21세기형 학교’를 추구하는 많은 학교에서 실천되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토 교수가 제시한 세가지 요건의 첫째는 교육과정이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듯 목표-달성-평가의 단계를 밟는 ‘프로그램형’에서, 등산과 같이 다양한 배움의 경험 그 자체의 발전성을 추구하는 ‘프로젝트형’으로 바뀌는 것이다. 둘째 요건은 칠판을 앞에 두고 교탁을 중심으로 교사의 설명을 듣고 공책에 필기하는 ‘일제식 수업’에서 학생들이 짝에게 모르는 것을 서로 물어보며 스스로 돌보고 의지해 문제를 해결하는 ‘협동적 수업’으로 바뀌는 것이다. 마지막 요건은 지역공동체의 중심기관으로 학교 기능이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사토 교수는 단순히 토론을 통한 합의와 결정에는 부정적이다. 그는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기 위해 서로 이야기하면 공통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토론해서 합의에 이르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야기하면 할수록 사이가 나빠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토론이 반드시 민주주의를 이끈다고도 할 수 없다. 정통성이 의심되는 개혁이 토론을 거쳤다는 이유로 절차적으로 정통화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학교개혁에 있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혁의 비전과 철학에 대해 합의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활동 시스템을 설정해야만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 차원에서 배움의 공동체는 교실에서의 협동적인 배움, 교무실에서 동료성을 기반으로 한 교사의 배움, 학부모와 시민의 참여 등 세가지 활동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일지라도 개혁을 실천하는 것은 교육의 미래를 약속하는 것이기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

사토 교수는 “배움의 공동체 학교개혁은 앞으로 초·중·고·대학교 등 모든 단계에서 교육개혁의 중심적 추진력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지역에 하나의 시범학교(파일럿 스쿨)를 만드는 도전에서 시작된다”며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강한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불어넣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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