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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옥 노조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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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면담 위해 바티칸 가는 홍명옥 노조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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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차례 ‘환자 유치의 날’ 정해
친인척·지인 등 환자로 끌어모아
원장 등 의료법 위반 혐의 입건 병원장과 주교는 대화조차 거부
노조 파괴해 견제세력 없어진 탓
“이런 일 되풀이 안될 대책 필요 ” “교황님과의 면담이 이뤄져 인천성모병원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만들고 싶다. 면담이 성사되면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병원의 문제점을 정확히 전달해 교황청 차원의 해법이 나오도록 할 것이다.” 홍 지부장의 이번 투쟁은 자신과 무관한 일로 시작됐다. “지난 3월20일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인천 서구 국제성모병원이 환자 과당유치 및 부당 의료비 문제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된 것을 보고 국제성모병원 문제를 처음 알았죠. 우리 병원 직원들의 반응은 ‘터질 것이 터졌구나’였죠. 제가 일하는 인천성모병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퇴직 간호사가 자료를 가지고 나와 경찰에 제보한 것으로 나중에 알려졌지만 그는 제보자로 몰렸다. 그는 “병원 쪽은 저와 노조 간부 8명 전원을 면담했다. 우리도 모르는 일이라고 수차례 밝혔지만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4월6일 병원 간부 2명이 저에게 ‘보건의료노조가 병원을 나쁘게 얘기하는데 노조 지부장이 왜 가만히 있느냐’, ‘반성하라. 사과하라’는 등의 말을 20분간 퍼부었어요. 하루에 3차례씩 병원 중간 간부들이 조를 짜서 정해진 시간에 와서 괴롭혔어요.” 2012년과 2013년에도 병원 간부들로부터 집단괴롭힘을 당해 심한 고통을 겪었던 홍 지부장은 또 집단괴롭힘이 시작되자 불안증세가 극대화되고, 몸을 가눌 수 없었다. 그는 병원 입원 치료를 받고 정신과 진료 3개월 진단을 받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 “인천성모병원은 2000day(데이), 3000day와 같이 특정한 날을 정해 환자 유치 목표치를 정해 친인척, 지인들을 환자로 끌어모은다. 인천성모병원은 다른 병원에서 상상도 못하는 이런 일을 10년간 매년 수차례씩 해왔다.” 이 때문에 병원 규모는 2~3배 커졌다고 한다. 경찰은 국제성모병원에서 인천성모병원과 같은 방법으로 ‘환자 유치의 날’을 정해 병원 직원들의 친인척을 동원해 환자를 모은 뒤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고 자기부담금을 면제해준 혐의 등으로 국제성모병원 원장 등 병원 관계자 등 17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홍 지부장은 “가톨릭이라는 정체성과 대학병원 정체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민간 병원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견제세력이 모두 제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11월 인천교구가 인천성모병원을 인수한 후 첫번째 한 일이 노조 파괴였어요. 이 때문에 직원 1600명인 이 병원에 현재 노조원이 11명뿐입니다. 병원정책에 대한 브레이크 없는 구조가 된 거죠.” 홍 지부장은 “견제세력이 없어지고, 중간관리자들이 병원의 수족이 되어 철저하게 병원정책을 집행한다. 병원장이 성직자인 신부이기 때문에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다. 이런 것들이 극대화되면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천주교 인천교구에 사제가 300명이 넘지만 주교님한테 직언을 하거나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나서는 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문제의 본질은 인천교구가 대학병원을 운영한 10년 동안 벌어진 극단적인 일들이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는 86년 인천성모병원에 간호사로 입사해 약 30년간 일하고 있으며 노동운동에 참가해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등을 지냈다. 그는 “환자가 만족하는 좋은 병원, 간호사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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