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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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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우포자연학교 교장 이인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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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명퇴뒤 학교 열어 우포지킴이
아이들 사이 ‘왜가리 할아버지’ 별칭 최근 사재털어 우포자연도서관도 개관
“복원센터 따오기 야생 방사 대비해야”
주변 농경기까지 보호구역 넓히기 제안 우포늪은 1억4000만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최대 내륙 습지다. 경남 창녕군 대합·이방·유어면에 걸쳐 있는데, 1930년대와 70년대 농경지를 만들기 위해 둑을 쌓고 매립을 하는 바람에 면적이 3분의 1로 줄었다. 연결돼 있던 늪도 둑으로 단절돼, 지금은 소벌(우포)·나무벌(목포)·모래벌(사지포)·쪽지벌 등 4개의 늪으로 나뉘어 있다. 늪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524호, 생태계특별보호구역, 람사르협약 보존습지, 습지보호지역 등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이 교장은 사회 과목 교사 출신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에 나서 89년 해직됐다가 94년 복직해 2010년 1학기를 마치고 명예퇴직했다. 그는 해직 기간에 낙동강 페놀오염 사태를 경험하며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어 마산·창원공해추방시민운동협의회(현재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를 만들었다. 제10차 람사르총회 경남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과 2008 람사르총회 민관추진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내는 등 경남지역 환경운동의 대부다. 3년간 준비를 거쳐, 2010년 명예퇴직 직후부터 우포늪에 살며 생태를 관찰·기록하고 있다. “우포늪을 보며 세상 이치를 새로 배우고 있어요. 너무 좋아서, 도시에서 아등바등 사는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예요. 그렇지만 자연만 즐기고 있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가 운영중인 우포자연학교에는 인근 대지초교의 전교생 60명이 30명씩 격주로 금요일마다 와서 6시간 동안 생태를 관찰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린다. 학생들은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벼농사도 짓고 있다. “우포늪 곳곳엔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곽재우 장군과 관련된 이야기가 스며 있어요. 우포늪의 수로는 의병들이 드나들던 물길이었다, 무기를 보관하던 둔터에는 2008년 따오기복원센터가 들어섰죠. 아이들에게 이런 지역사를 엮어서 환경을 가르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학생들에게 ‘왜가리 할아버지’로 불린다. 혼자서 외롭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이 닮았다고들 한다. 지난달 29일 문을 연 우포자연도서관은 그가 5년 동안 공을 들인 작품이다. 그는 명예퇴직금을 털어 우포늪 인근의 관동영농회 농산물 간이집하장을 사서 내부 면적 600㎡의 도서관으로 개조했다. 습지교육센터로 쓰일 도서관은 일반 도서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칸막이 없이 뻥 뚫린 공간에 퍼즐 형태의 책꽂이가 군데군데 늘어서 있고, 위치와 모양을 마음대로 바꿔 의자와 책상으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나무판이 바닥에 깔려 있다.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천막도 곳곳에 있다. 한쪽 벽면엔 영화 상영을 위한 흰색 대형 천이 걸려 있다. 도서관 건립엔 작은 도서관 짓기 운동을 펼치는 단체인 ‘도서관 친구들’ 등에서 재능기부를 해주었고 대지초교 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도서관 운영은 ‘집 속의 집 우포 감동공간 영농법인’이 맡는다. “앞으로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은 있습니다. 따오기가 야생으로 돌아갈 때를 대비해 우포늪의 원형을 되살리는 일입니다.” 창녕군은 중국에서 2008년 암수 한쌍, 2013년 수컷 2마리 등 따오기 4마리를 들여와 따오기 복원센터에서 키우고 있다. 따오기는 천연기념물 제198호로 지정된 철새이지만, 국내에선 멸종된 상태다. 창녕군은 연말이나 내년 초 100마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복원센터의 따오기를 2017년부터 자연에 풀어줄 계획이다.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던 이 교장은 우포따오기복원사업 명예위원장도 맡고 있다. “개체수 늘리기보다 더 중요하고 어려운 일은 따오기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자연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이 일은 중앙정부가 전문인력과 예산 투입 등 책임을 지고 진행해야 한다. 지자체장은 자신의 임기 안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정부와 협조해 꾸준히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는 “따오기를 자연에 풀어줬을 때 절반은 상위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나머지마저 농약에 중독된 먹이를 먹고 죽을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교장의 대안은 우포늪 주변 농경지 180여만㎡를 정부가 사들여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이 땅은 애초 우포늪의 일부였는데 둑을 쌓고 매립해 농경지로 바꾼 것이다. 현재 주민들은 논농사와 함께 양파, 마늘 등을 재배하고 있다. 그는 이 땅에서 항생제 등을 전혀 먹이지 않고 가축을 키우는 생태축산을 하자고 제안한다. 생태축산을 위해서는 당연히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어차피 대부분 70~80대 노인들이 농사를 짓는 현재 상황은 오래갈 수 없어요. 농촌 환경을 바꿔야 합니다.” 이 교장은 “생태축산이 성공하며 제값에 생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관련 연구소와 전공 학과 졸업생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들어올 테고, 이는 농촌경제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따오기 삶터와 우포늪 방어벽 확보는 당연히 따라오는 효과”라고 말했다. 창녕/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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