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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9.20 18:57 수정 : 2015.09.20 23:00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총감독 인재진 씨

[짬]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총감독 인재진 씨

“재즈를 몰라도 소풍 가는 마음으로 나와서 가볍게 음악을 즐기시면 됩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주제는 처음부터 자연과 가족, 휴식 그리고 음악입니다. 단, 밤샘을 하려면 추우니 두터운 겨울옷을 준비해야 합니다.”

새달 8~11일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리는 제12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앞두고 17일 만난 인재진(50·사진) 총감독은 ‘자라섬 축제 사용법’부터 설명했다.

인 감독은 2004년 문화예술의 불모지인 가평군에, 그것도 비만 오면 잠기는 ‘버려진 땅’ 자라섬에 재즈페스티벌을 유치해 12년째 운영하며 아시아 최고의 음악축제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구 6만명의 가평군은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란 간판상품 덕분에 지난해 경기도 주최 ‘창조 오디션’에서 1등을 차지해 상금(100억원)으로 경춘선 옛 가평역사에 뮤직빌리지를 조성하는 등 ‘대한민국 1호 음악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축제 12돌을 맞는 소감에 대해 그는 “초기에는 적자로 힘들었고, 한해 한해 계속 이어지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뿌리를 내렸고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년이 지나면서 문화축제의 힘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성과로 가평군에 1개뿐이던 음악밴드가 지금은 학생·경찰·공무원 등 40여개로 늘어날 정도로 주민들이 음악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꼽았다. 또 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주민들이 지역에서 재즈축제가 열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문화센터 강의 덕분에 인연
수강한 가평군 공무원 ‘자라섬’ 제안
초기 적자 등 이겨내 올해 12돌 맞아

경기도 주최 오디션 1위로 100억 상금
인구 6만 불모지 ‘국제적 음악도시’로
“누구나 즐기는 지속가능한 축제 기대”

자라섬 공연에 초청받으면 국가에서 항공료를 지원해줄 만큼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축제로 자리잡은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우연한 기회로 탄생했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축제 관련 강의를 했는데 이를 귀담아 듣던 가평군 공무원이 ‘가평은 어떠냐’고 제안해왔다. 생전 처음 가평에 가서 후보지 몇 곳을 둘러보고는 실망해서 돌아가려는데 마지막으로 소개한 곳이 자라섬이었다. ‘바로 이곳’이란 느낌이 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 드물었던 야외 음악축제를, 외진 곳에서 듣도 보도 못한 뮤지션들을 불러 열겠다고 하니 처음엔 주변에서 모두 말렸다고 한다. 그는 “인구 8만명의 핀란드의 작은 도시인 포리 재즈페스티벌을 가본 뒤 한국에서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졌는데 운좋게 가평과 인연이 닿았다”고 말했다.

‘자라 페스티벌’은 그의 인생에서도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대학(고려대 영문과)에서 밴드 활동을 했지만 연주보다는 섭외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그는 졸업 뒤 취업을 모색하다가 여의치 않자 공연기획자로 나섰다. 대학로에 재즈 전용 소극장까지 내고 1000번의 공연과 20여장의 음반을 제작했지만 사업은 늘 적자에 허덕였고 ‘흥행업계의 마이너스손’, ‘희귀음반 전문제작자’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자라 페스티벌’에 올인하기 위해 10년 전 서울 집을 팔아 가평으로 이사 온 그에게 지역주민들은 ‘가평 보물 1호’라는 새로운 별명을 붙여줬다. 음악적 인연으로 만난 세계적인 재즈가수 나윤선(46)씨와 결혼도 했다. 현재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 총감독과 호원대 교수 등을 겸하고 있는 그는 “10년쯤 지나니 사람들이 알아보고 강연 요청도 많아 유명해진 느낌이지만, 이런 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희소성 때문에 과분한 대접을 받는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자라 페스티벌’은 5월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과 함께 양대 재즈축제로 꼽힌다. 그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은 흥행 목적의 상업적 행사라 돈을 많이 들여 화려한 출연진을 부를 수밖에 없지만, 자라섬에는 공공예산이 투입돼 흥행이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는 가격에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 기능과 자연과 어울리는 프로그램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아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도 동시대 미국과 유럽의 ‘핫’한 음악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프로그램의 특징은 독일 재즈를 집중 조명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해마다 한 나라씩 정해 ‘포커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지난해 노르웨이에 이어 올해에는 독일, 내년엔 프랑스가 예정돼 있다. “재즈는 한이 담긴 음악이라고 하는데 한국 사람 감성과도 잘 맞습니다. 또 포용력이 넓은 음악이라 어떤 장르든 재해석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고 무대 위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돋보이게 하는 이해와 관용의 장면이 펼쳐집니다. 교육적으로도 평화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음악이 재즈입니다.”

이 페스티벌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가평군의 지원금 9억원과 티켓 판매, 기업 후원을 합해 20억원의 예산이 든다. 수익이 나면 가평군에 지원금을 돌려줘 지역 문화예술발전에 쓰이게 한다. 국비 등을 빼면 군비 5억원을 들여 20억원짜리 행사를 하니 가평군으로선 15억 흑자인 셈이라고 그는 설명이다. 특히 롯데·엘아이지(LIG) 등 대기업들이 7~9년간 계속 후원하고 있는 점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우수축제로 뽑혀 4억5천만원을 지원받았다. 지난해 25만명이 찾았고, 올해도 모든 공연을 절반 값에 볼 수 있는 ‘얼리버드’ 티켓 1천장이 1분30초 만에 동이 나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몬트리올재즈페스티벌처럼 100만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 규모의 축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참가자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축제가 되면 더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가평/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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