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전국 마을미술프로젝트 기획·진행 김해곤 총괄감독
|
“주민들 문화향유가 본디 목표”
이화마을 등 개발이권 노려 ‘변질’ “지자체장 바뀌어도 사업 잇도록”
1년 단위에서 3년으로 연장 추진
21일 프랑스서 첫 국외 개인전도 2년 뒤인 2000년 정선 삼척탄좌 광산촌에서 벌인 깃발전은 그의 생각이 옳음을 증명해주었다. 석탄산업 정리정책에 따라 삼척탄좌는 폐광을 앞두고 노사가 대치하던 때였다. 처음에는 젊은이들의 뜬금없는 틈입에 의아해했지만 노조쪽을 설득해 활동에 들어가자 주민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호박 이파리에 물감 한방울이라도 떨어지면 1000원씩 변상하라”던 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가 작품에 녹아들자 파수꾼을 자처했고 영화화 되어 담벼락에 펼쳐지자 눈물바람이 되었다. “전시가 끝나고 작가들이 물러난 뒤 탄광촌은 바로 철거됐죠. 10년쯤 지나니 그제서야 그 가치를 인정하더군요. 지금도 그곳을 지키지 못한 게 무척 아쉬워요.” 그의 작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공식 문화행사로 펼친 깃발미술제, 2005년 제주도 송악산 갱도진지에서 연 ‘바람예술축제-결7호 작전’, 2006년 서울시청 광장을 메운 광복 61돌 모뉴먼트프로젝트 등으로 이어졌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시작한 마을미술프로젝트는 김 감독한테 멍석을 깔아줬다. 이 프로젝트는 일군의 작가들이 퇴락한 마을로 들어가 공공미술 잔치를 벌임으로써 가라앉은 분위기를 일신시키고, 덤으로 작가들 일자리도 창출하며 마을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게 목표다. 지난해까지 82개 마을에서 활동을 폈쳤고 올 연말까지 합치면 100개 마을에 이른다. “마을미술이 마을재생 기능을 하죠. 하지만 그건 결과가 그럴 뿐이죠. 본래는 지역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주민들의 문화 향수권을 누리게 하는 게 목적입니다. 본말이 바뀌어 마을미술을 도구로 바라보는 게 아쉽습니다.” 그는 초창기 프로젝트인 대학로의 이화벽화마을이 한창 잘 나가다 갑자기 썰렁해진 예를 들었다. 주민 중 일부가 벽화를 지우면서 발단이 된 사건은 동네 시끄럽게 한다며 반발한 주민이 지운 걸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재개발과 관련된 이권이 개입돼 있다고 그는 말했다. 본디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돼 있었는데 프로젝트 덕분에 마을이 뜨면서 서울시에서 문화지구로 바꿔 재개발을 하지 않기로 하자 갈등이 불거졌다. 땅값이 오른 참에 팔고 나가려던 일부 주민들이 계획이 틀어지자 벽화를 지워버린 것이다. 주민들의 자중지란 탓에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겨 벽화마을은 이도저도 아니게 되버렸다. 김 감독은 이제 마을미술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나브로 애초 취지가 변질되었을 뿐더러 마을미술과 무관한 작가들이 덧칠을 하면서 정체를 상실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장이나 담당 공무원이 교체되면서 방치되는 곳이 늘고 있다고 했다. “1년 단위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3년 단위로 점차 바꿔나갈 계획입니다. 지자체장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하도록 말이죠. 그리고 양보다 질로 초점을 옮길 참입니다. 한두 점만이라도 랜드마크가 될 만한 작품을 설치하려는 거죠.” 그는 애초 예상된 목표에 이르지 못했거나 추후에 변질된 미술마을에 대한 컨설팅 또는 애프터서비스 차원의 프로젝트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 작업도 진행중이다. 그는 21일부터 11월6일까지 프랑스 노정-쉬르-마른 시청광장에서 <바람의 시-부표의 양면성> 제목으로 초대전을 연다. 특유의 깃발을 활용한 ‘선악화’와 조각설치 작품인 ‘달콤한 유혹’ ‘서 섹시’ 등 대형작품 3점을 전시한다. 인간의 양면성이 주제이며 국외 데뷔전인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고 소개했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