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키 초덴 교장이 수도 팀푸의 이엘시(ELC)고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
|
데키 초덴 교장과 아이들이 학교 마당에서 명상을 하는 모습.
|
|
10년 의무교육에 기숙사 무상 미 유학 뒤 벽지 공립교 교사 거쳐
99년 수도에 사립교 ELC 세워
아이들 행복증진 교육에 초점
“머리 아닌 마음 만져주고 싶어” 그 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영국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셋째 아이까지 낳으면서 사립학교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멀리 있는 공립학교 교사를 하면서 세 아이를 키우자니 감당할 수가 없었어요. 마침 사립학교가 하나둘 생겨날 때였어요. 집 가까운 사립학교 근무를 자청했다가, 아예 우리 아이도 보낼 수 있는 사립학교를 세우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1999년에 유치원생 30명으로 지금의 이엘시(ELC)를 시작해서 해마다 한 학년씩 늘려나갔어요. 2005년에 6학년 첫 졸업생 22명을 배출했고, 2년 전에는 고등학교 과정의 이엘시 학교를 하나 더 세웠습니다.” 그와 같은 교육 개척자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부탄의 학교는 불과 20~30년 만에 상전벽해로 바뀌었다. 해발 4000m 이상 높이에서 일하는 유목민 아이들도 기숙사 학교를 다닌다. 보편적인 의무교육이 자리잡으면서, 데키 초덴 교장의 관심은 ‘행복한 교육’으로 진화해나간다. “2010년 무렵이었어요. 정부의 국민총행복 워크숍을 갔다가, ‘아 이거구나’ 싶었어요. 그 전까지 제 비전은 아이들이 공부 잘하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우리 아이들이 성공할 수 있을까, 몇명이나 의대로 진학시킬 수 있을까, 그런 것에 관심을 쏟았어요. 그게 교육인 줄 알았지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이제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교육(Education for GNH)을 생각합니다.” 그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은 ‘마음 챙기기’, 곧 명상이다. 이엘시 학교에서는 모든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3분 정도 명상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이나 교사들이나 너무 많은 것을 신경쓰면서 살아가잖아요. 명상 시간은 이런 것을 걸러주는 필터 구실을 해요. 교사와 아이들이 잠시 시간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함께 갖는 것, 머리가 아닌 마음을 만져주는 교육의 출발이에요. 내 것을 받은 친구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려고 해요. 집 없는 사람들, 나라 잃은 사람들, 버려진 사람들의 처지를 공감할 수 있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이 행복 교육이죠. 가장 행복한 교육은 아이들 마음의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에요.” 유치원 때부터 데키 초덴 교장의 교육을 받은 8학년 소남 왕추크는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교장 선생님 철학을 잘 따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저희 같은 10대 학생들이 뜨거운 홍차라면, 교장 선생님 말씀은 설탕이에요. 설탕을 홍차에 넣으면 처음엔 잘 녹지 않지만, 계속해서 잘 저어주면 결국엔 다 녹아들게 되잖아요. 그래도 저희 동기생 8명 중에 3명 정도는 교장 선생님 말씀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요.” 인터뷰 내내 데키 초덴 교장의 열정은 넘쳐났다.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아이들이 미심쩍어해도 저는 공감과 배려를 계속 이야기해요. 한명의 아이라도 마음이 동해서 친구한테 영향을 끼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에요. 한국 아이들이 경쟁으로 힘들다는데 쓰다듬어주고 싶어요. 우리 학교 오는 것도 환영해요.” 팀푸/글·사진 김현대 <한겨레21> 선임기자 koala5@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