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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렬 시민생활환경회의 이사장이 광주에코센터가 생산한 비누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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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코센터 세워 비누 만들어
폐식용유 수거로 물 살리자는 뜻
6월항쟁 때 광주전남국본 대외협력부장 독자적 제조법 바탕 13종 개발
“큰 회사도 우리 기술 관심 보여” 요즘은 잿물 대신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만든 양잿물(NaOH)을 쓴다. 김 이사장은 “양잿물의 양은 바다 양(洋)자로 ‘바닷의 잿물’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베이킹소다’의 원료이기도 한 양잿물은 적당량을 사용하면 천연물질이다. 그는 대형 탱크 가마솥과 약초 보관실 등을 돌며 비누 제조법을 설명했다. 광주에코센터에선 직원 5명이 일한다. 검화의 첫 단계에서는 9가지 종류의 식물성 기름을 넣고 끓인다. 폐식용유는 세탁용 비누를 만드는 데만 사용한다. 이어 수돗물에서 철분 등을 거른 ‘초순수’에 양잿물을 섞는다. 김 이사장은 “식물성 기름 9가지별로 양잿물을 얼마나 넣는지를 나타내는 ‘검화값’은 영업비밀”이라고 했다.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끓이는 검화 과정을 통해 비누의 원료인 ‘베이스’를 생산한다. 김 이사장은 “최근 국내 굴지의 한 회사에서 검화법에 관심을 보이더라”고 말했다. 시민생활환경회의는 독자적인 검화법을 바탕으로 13종(특허 기술 7종)의 제품을 개발했다. 화학성분 보조제를 첨가해 만들어 시중에서 판매하는 ‘복합비누’나 화학물질을 합성해 개발된 합성세제와 달리 ‘친환경적’이다. 김 이사장은 “우리가 만든 비누나 비누 샴푸는 24시간이면 물에서 분해된다”고 말했다. 좋은 비누는 인간의 몸을 위협하지도 않는다. 김 이사장은 “약초와 해초를 넣어 개발한 비누샴푸를 쓴 분들이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다고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일본협동조합비누운동연락회의 누리집엔 합성세제 샴푸는 인체에 스며들여 간과 장 등 장기를 파괴하고 무정자증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려 있습니다.” 시민생활환경회의는 올해로 비누생산량 3천여t을 돌파했다. 하지만 판로 확대가 여전한 과제다. 1400여명의 회원이 구매해 적자를 겨우 면할 정도다. 그래서 시민생활환경회의는 최근 물 살리기에 동참하자는 의미를 담아 ‘4대강을 살리는 직행 티켓 판매’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약 10% 정도 싼 값으로 세숫비누 2곽과 비누 샴푸 2종, 주방용 물비누 2개를 1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시민생활환경회의는 광주시민의 상수원인 동복호와 주암호의 수질 개선을 위해 인근 주민들에게 1994년 이후 50만여장(225t)의 빨랫비누를 기부했다. 김 이사장은 일본 환경단체와 연대해 결성한 ‘아시아비누회의’의 사무국장도 맡고 있다. 아시아비누회의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저개발국가 11곳에 간이 비누공장을 지어줬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 갈 때마다 눈물이 나요. 아직도 빨래를 빨아주고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분들의 손은 전부 갈라져 있어요. 인산염이 든 빨랫비누 탓이지요.”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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