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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 대표는 “사회에서 겪게 되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는 동력은 자기 비하가 아닌 자기 성숙”이라며 “설사 방황할지라도 자기 자신에게 애정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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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페미니즘 저널 편집장도
10년 이상 심리상담·글쓰기치유
신문 상담 연재글 모아 책으로 “젊은층 자기비난과 비하 심각
자기 깊게 들여다보고 이해를” 그 뒤 대학원에서 몸과 마음의 통합적 치료를 지향하는 ‘심신통합치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소설가 김형경과 함께 2006년 <한겨레>에서 상담코너 ‘형경과 미라에게’를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년 이상 심리상담과 글쓰기를 통한 치유문제에 천착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여성’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문제로 관심 영역을 넓혀갔다. “심리학은 남녀를 똑같이 인간으로 대하면서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여성들이 병들어 있으면 남성들도 아프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인간학에 대한 관심을 계속 키우게 된 것 같아요.” 더욱이 2011년에는 갑상선암과 싸우며 인간의 삶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이 과정이 심리치유에서 ‘자기 용서와 성찰’이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암 발병 소식에 처음에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왜 이런 병이 찾아온 걸까’ 하는 마음에서 삶에게 배신당한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박 대표는 그 병을 겪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더 한층 깊어졌다. 박 대표는 “일상을 충실하게 재미있게 살고, 무서울 때 그 감정을 인정하고, 두려울 때 두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는 또 “매 순간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이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인생에서 보험을 드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현재 우리 사회에는 이런 자기 사랑이 아니라 자기 비하가 만연해 있다”면서 그 이유로 지나친 경쟁의식을 꼽았다. 사회 전체가 “자기 비난과 비하가 없으면 마치 자기가 도태될 것 같다는 ‘주문’에 빠져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그 가운데에서도 젊은층의 자기 비난과 비하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박 대표는 그 한 사례로 ‘자신이 잘못할 때마다, 자기를 토막내서 냄비에 넣어 끓이는 상상을 한다’고 고백했던 한 20대의 예를 들었다. 이는 부모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체가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 넌 실패할 거야’라는 등의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한 결과라고 말한다. 하지만 박 대표는 “사회에서 겪게 되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는 동력은 자기 비하가 아닌 자기 성숙”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자기 성숙은 “자신에 대한 자비로운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삶의 과정에서 방황하거나 나빠질지라도, 심지어 회피하고 도망칠지라도 자신을 연민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 순간 마음을 가다듬고 도약대에 서 있는 자신을 바라볼 것”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이런 현실적인 마음 치유와 함께 ‘역사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 치유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영화 <1987>의 배경이 된 1980년대를 떠올리면서 “그 시대를 뜨겁게 살아왔던 세대의 상당수가 그 시대로부터 얻은 상처와 남모를 고민으로 얼룩진 마음을 정리하고 치유할 집중적인 시간을 갖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한다. 지금도 한 주일에 4~5팀씩 집단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박 대표의 마음치유 연구가 현재의 젊은이들뿐 아니라 ‘연희’와 같은 ‘역사 속 젊은이’들의 마음도 함께 치료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박미라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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