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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마이클 케나가 공근혜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자신의 평창 사진 <마운틴 워크>(Mountain Walk)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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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작가 펜티 사말라티와 2인전
평창 겨울산 찍은 ‘마운틴 워크’ 소개 2005년부터 열번째 방한…‘솔섬’ 유명
2009년 엘엔지 기지 계획 수정에 한몫
“다시 가보니 보기 싫은 시설이…” 케나는 “처음 한국에 온 이후로 올 때마다 마치 친구를 사귀듯 조금씩 한국을 알아가고 있다. 10여차례 왔지만 여전히 찍을 곳이 많이 있다. 한국은 계속 사귀고 싶은 친구와 마찬가지다”라고 운을 뗐다. 그가 처음부터 한국을 잘 알고 있었을 리는 없다. 따라서 동행하는 통역 겸 가이드의 영향에 따라 한국의 방문지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촬영지를 알아보기도 했고 혼자 차를 몰고 다녀보기도 했다. 한국말을 못하니 가이드가 붙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곳을 위주로 가는 것이 아니고 나의 사진은 내가 우연히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솔섬(영어 작품명 파인트리)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나는 해안에서 철구조물 같은 것을 찍는, 완전히 다른 작업을 하고 있었다. 거의 끝나서 그곳을 떠나려다가 우연히 솔섬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케나는 이번 2주간의 일정에도 솔섬을 들렀다고 했다. “이번에 비무장지대를 거쳐 동해안으로 갔다가 솔섬에 가봤다. 이제 더이상 그곳은 내가 최고로 선호하는 촬영 장소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아주 보기 흉한 산업시설물이 들어섰다. 보기 싫었다. 물론 장소는 변하는 것이니….” 이번 ‘스노 랜드’ 전시에는 평창의 눈이 내리는 풍경 사진도 한 점 걸렸다. 그는 이번 전시가 평창올림픽 개막과 시기를 맞췄다는 것은 알고 있노라고 했다. 스키 활강장을 짓기 위해 가리왕산의 나무 10만그루가 잘려나간 사실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나는 나무를 많이 찍기 때문에 당연히 나무를 사랑한다. 그렇지만 나는 위선적인 발언을 하고 싶진 않다. 가끔은 나도 자연 파괴에 대해 화가 나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하지만 또 가끔은 그렇지 않은 생각도 한다. 올림픽이 열리면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고 선수들이 참가하여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무를 희생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집도 짓고 차도 몰고 발전소도 짓는다. 솔섬 주변에도 산업시설이 들어섰더라. 그게 사람이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평창 사진 <마운틴 워크>는 어떤 작품인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배경에 있는 숲이 가족처럼 보였고 앞에 하나 튀어나온 나무가 배경의 가족과 교감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평창에서 찍은 사진은 훨씬 많지만 아직 현상만 해놓고 인화를 못한 상태다. 시간을 두고 평창과 나머지 한국의 필름들을 차분히 인화해서 멋진 사진들을 만들어내고 싶다.” 한국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어딘지 물었더니 모든 곳이 다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함께 자리한 공근혜 관장이 “케나는 어느 특정 국가, 특정 장소를 비교하는 발언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내게 너무 개발이 많이 된 곳은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으나 그곳이 어느 지역인지 밝히는 것은 피해달라고 부탁했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케나가 뭔가 짐작이라도 한 듯 끼어들었다. 그는 “예전에 서해 쪽 어디를 갔었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이다. 내가 그 장소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 것은 과한 일이다. 그 섬의 주민들은 섬에 카지노를 유치하고 싶어 했다. 거기 사는 사람과 나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의 소나무가 다르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그런데 나는 둘의 차이보다 둘의 유사한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온하고 차분한 철학적인 사진을 찍는 사진가의 품성이 전해졌다. 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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