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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커티스 국제노동기구(ILO) 부국장이 13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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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표위원 9명 회원국 준법 관리
지난해 6월 한국 정부에 개선안 권고도 새 정부 ‘공무원노조 인정’ 긍정적 변화
‘부당노동’ 신속대응 할수록 갈등 줄어
“노조할 권리 등 핵심협약 추가 비준을” 한국과 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커티스 부국장의 기대는 적지 않다. 특히 최근 공무원노조 설립신고가 받아들여지면서 9년 만에 이루어진 ‘법내 노조화’를 가장 큰 진전으로 꼽았다. 그동안 공무원노조 합법화의 발목을 잡았던 요인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노조의 규약이 현행 공무원노조법과 부딪혔기 때문인데, 지난달 24일 공무원노조는 규약을 고친 뒤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그는 이런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여전히 공무원노조는 해직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논의가 한창인 ‘한국형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도 역시 “한국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바꿀” 분기점이라고 봤다. “지금 한국 사회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틀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에요. 사회적 대화는 노사간 신뢰를 만들고 실질적으로 윈윈하며 공존할 방법을 고민하는 기회입니다.” 아울러 커티스 부국장은 노동기본권에 관한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정부가 있다고 지목했다. “정부는 행정명령·고시를 내릴 수 있는 권력을 가졌고 현행법을 실질적으로 시행하는 기관이죠. 국제노동기구가 규정하는 협약이 노동자뿐 아니라 전체 시민의 기본적 인권이라는 점을 대중에 알릴 영향력도 있고요.” ‘노조할 권리’, 곧 결사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노동자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요. 정부가 어용노조 설립이나 조합원 차별 등 부당노동행위에 무관용(zero tolerance)으로 대응하고 신속하게 해결할 때 그 사회의 노사 갈등은 줄어듭니다.”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진 ‘노동조합이 경제를 망친다’는 오해에 대해서도 그는 정면으로 맞섰다. “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볼 때 포용성은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예요. 노동조합 등 다양한 집단이 정책 결정과 시행 과정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 우리 사회가 금융위기나 기술변화 등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능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커티스 부국장은 노동기본권 확보 혹은 확대의 분기점에 서 있는 한국 사회에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이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핵심협약은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노동조건의 최저선으로 사회정의의 주춧돌입니다. 이 협약을 비준한다는 건 한국에 있는 그 누구도 결코 이 최저선보다 더 나쁜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거죠.” 한국은 전세계 3천여명의 노사정 대표자가 모인 국제노동기구 총회가 채택한 8개의 핵심협약 중 4개만을 비준한 상태다. 아직 비준하지 않은 협약은 ‘결사의 자유’(87호·98호)와 ‘강제노동 철폐’(29호·105호) 등이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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