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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전기작가가 31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를 찾았다. 그는 지난해 부인 간병과 저술을 병행하느라 원형탈모증이 심해져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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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간송 전형필 이후 6번째 전기
최근 미국 이민 42년만에 부인과 영구귀국 “권정생 ‘보편 정신’ 의지와 사랑
다음은 화가 김홍도·조영래 변호사
사법부 희생양 KTX 노동자 집단전기도 구상” 그는 단국대 국문학과를 2년 다닌 뒤 한국을 떠났다. 이민 19년째인 1994년에야 청년 시절의 꿈을 풀었다. <실천문학>을 통해 소설가로 등단한 것이다. “둘째가 대학을 졸업한 2006년께 이후로 <한겨레> 블로그 등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출판 제의도 받았죠.” 인물은 어떻게 결정? “인물의 정신과 사회에 끼친 공헌을 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삶에 감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감동이 없으면 독자들은 책에 관심을 안 가집니다. 책이 독자와 만나야 쓰는 보람이 있죠.” 전기문학과 위인전의 차이? “전기가 좀더 객관적이죠. 인물의 부족한 점도 다룹니다.” 예를 들었다. “추기경 전기엔 노무현 정부 때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고 문규현 신부 방북을 비판했던 점도 포함됐죠. 이런 행적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저는 추기경의 관점에서 기록을 남겼어요. 물론 이런 서술을 비판하는 분들도 있었죠.” 그가 풀어낸 권정생의 삶에선 좀처럼 부정적인 대목을 찾기 힘들다. “실제로 발견하지 못했어요. 우리나라는 전기에서 부정적인 걸 쓰기 힘들어요. 그래서 인물을 고를 때 부정적인 게 없는 사람을 찾아요. 이런 제약이 없어지면 가장 먼저 쓰고 싶은 사람이 이승만과 박정희입니다.” 김환기 전기는 사망 과정에 대한 서술을 두고 환기재단 쪽을 갈등을 빚으면서 법적 다툼 끝에 파쇄처분 됐다. 왜 권정생? “권 작가는 몸이 아픈데도 100권이 넘는 동화집을 남겼어요. 이런 창작의 힘이 궁금했어요.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감동할 보편정신이 그에게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죠.” 그 보편정신이란?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이죠. 또 사랑입니다. 매우 구체적으로 사랑을 실천합니다.” 예를 들었다. “사후에 10억이 넘는 유산을 다 어린이에게 내놓았어요. 어린이에게 왔으니 어린이에게 가야 한다고요.” 책엔 권 작가가 마흔 이후 아름다운 만남을 이어간 한 여성 전도사 얘기도 있다. 역시나 둘의 대화체 문장도 등장한다. “100% 사실에 터한 대화입니다. 아직 미혼인 전도사께 석 달 이상 인터뷰 요청을 해 허락을 받았어요. 두 분이 어떻게 만났고 권 작가의 절친인 이현주 목사가 전도사에게 대리청혼을 했으나 거절당한 얘기 등을 들을 수 있었죠.” ‘권 작가의 어디에 끌렸나요?’ 그가 전도사로부터 가장 듣고 싶었던 물음이다. 답은 이랬단다. ‘권 선생을 보며 괴짜스럽고 쓴 책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권 선생의 생각 중에 세상에서 받은 것을 세상에 되돌려야 한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진짜 믿음이었죠.’ 다음 전기 인물은 단원 김홍도와 인권 변호사 조영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케이티엑스 해고노동자의 집단 전기를 써보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사법부가 진짜 심각해요. 조영래 변호사 전기로 독재시대와 지금 사법부를 비교해보고 싶어요.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이 여전하다면 그 이유가 뭔지 들여다봐야죠. 사법부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예가 케이티엑스 노동자들이죠.” 인터뷰 말미에 이런 이야기도 했다. “권 작가는 유서에서 ‘환생하면 벌벌 떨지 않고 연애를 잘할 것’이라고 썼어요. ‘벌벌 떨면서 연애를 해봤다’는 얘기이지요.” 그는 “작가는 주인공을 지배해야 글이 생생해진다”고 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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