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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겨울올림픽 유치 때부터 12년간 조직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박건만 한국체육언론인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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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핀 꽃?!’ 개인 보고서 펴내
“개최 역량 충분에도 ‘정치개입’ 고전” 박대통령 한마디에 ‘개 마스코트 소동’
‘최순실’ 여파 조직위장 잦은 교체도
“스포츠문화 이벤트 관주도는 그만” “개(dog)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은 “그렇다. 마스코트를 개로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식용견 문화에 대한 서구 사람들의 부정적 선입관을 우려한 바흐 위원장은 “절대 안 된다”고 했고, 둘은 멋쩍게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4월7일 스위스 로잔의 아이오시 본부에서 벌어진 ‘개 마스코트 논란’은 촌스러운 우리 올림픽 정치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미 호랑이로 마스코트가 정해진 상태에서, ‘진돗개는 어떤가?’라는 대통령의 한 마디가 발단이 됐다. 청와대 눈치보기 하느라 조직위가 정상적인 업무를 보기 힘들 때도 있었다. 개·폐회식 연출자 임용에 대한 시시콜콜한 개입으로 송승환 총감독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부회장은 “올림픽은 스포츠로 바라봐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는 관 주도의 문화가 너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관료적 통제로 이어져서는 올림픽이라는 문화 행사를 창조적으로 완성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조직위원장의 잦은 인사 변동이 대표적이다. 권력 심층부나 문체부 차관의 견제로 김진선 초대 조직위원장이 물러나고, 조양호 조직위원장 역시 최순실과의 대립 관계로 중도에 경질됐다. 하부 조직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올림픽 경기를 직접 관리해야 하는 경기국장은 2014년부터 4차례나 바뀌었다. 박 부회장은 “2014 소치올림픽을 경험한 조직위 인력 가운데 평창올림픽까지 남은 사람들은 10% 안팎 정도”라고 추산했다. 가뜩이나 공무원들은 88 올림픽 때와 달리 승진 등에서 혜택이 없는 조직위 파견을 껄끄러워했다. 아이오시도 “인력도 적은 데다 수시로 사람이 바뀐다”며 노심초사했다. 분산개최 불발로 사회적으로 적자 올림픽과 환경 파괴 논란이 가열되면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평창올림픽이 나름대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박 부회장은 “북한 변수가 컸지만, 기본적으로 시설이나 운영까지 짧은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돼 있었다”고 분석했다. 공기에 맞춰 경기장이 지어졌고, 경기 운영·관리 인력도 프로처럼 일해냈다. 다만 정치 비용이 적었다면, “훨씬 훌륭한 올림픽이 가능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부회장은 “분산개최안이 나왔을 때 최소한 시뮬레이션은 돌려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절감이나 흥행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그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올림픽은 엄밀히 말해 대한민국이 아니라 아이오시가 치르는 대회다. 아이오시는 대회 7년 전부터 해야 할 일을 날짜와 시간별로 정리해두고 있다”고 했다. 개최국에 숙제를 내주고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여론 조사도 6개월, 1년 단위로 한다. 이런 메커니즘을 모르고 개폐회식장 이전 문제가 나오자 일부 강원도 주민들이 아이오시 조정위원회 회의장 앞에 냄새나는 ‘똥차’를 부려놓고 시위까지 벌인 것은 지나쳤다. 박 전 전문위원은 자신의 책 마지막 장에 메가 이벤트 개최를 반대하는 정희준 동아대 교수의 칼럼도 실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정부도 이런 비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올림픽에 대한 애정도 강했다. 그는 “올림픽을 매번 하는 것은 아니다. 경비를 절감하고 아끼면서 잘 준비하면 경제나 시민의식 등에서 자극을 받고 발전할 계기가 된다.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좋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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