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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 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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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으로 안전 잡겠다
안전비계 점유율 50%이상 돼야
노동자 안전보건은 사회안전망
국가 차원의 장기 투자 필요” 박 이사장이 말하는 공단의 사망사고 감축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과거처럼 단순히 전반적 재해율을 낮추는 것이 아닌, 사망사고를 초래한 주된 몇 가지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사망사고가 가장 자주 일어나는 곳이 건설현장이고, 건설현장에서 가장 많은 이가 숨지는 곳이 가설구조물(비계)입니다. 구조물에서 떨어지거나,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죠. 흔히 ‘시스템 비계’라 부르는 안전한 비계는 발판과 파이프가 규격화돼 있는데 시장 점유율이 17%에 불과합니다. 우리 경제 상황이나 건설 규모로 볼 때 적어도 50%는 넘어야 합니다. 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기업이 안전에 들이는 돈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게 할 것이냐다. 박 이사장은 “처벌 위주의 접근이 아닌, ‘따르기 좋은’ 예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방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해놓고, 해야 할 것들을 주어야 합니다. 모든 건설현장에서 불량비계를 쓰지 말고 발판을 제대로 만들도록 단속하면서 동시에 안전비계 사용을 장려할 겁니다. 단속도 전략이 중요한데, 처음엔 시정조치를 하고 안 되면 그다음에 고발이나 감독을 해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처벌하게 되면 자기만 재수 없이 걸렸다 생각하고 규제를 회피하려 듭니다. 규제엔 암묵적 동의가 필요합니다.” 박 이사장은 특히 국가적 차원의 장기적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일종의 사회안전망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산재율이 높은 이유는 급격한 발전 때문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규제 완화 여파로 안전도 약화한 겁니다. 최저임금만 높일 게 아니라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도 일종의 사회안전망으로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저출산 사회에서 노동력 손실을 막기 위해서도 안전 문제가 중요합니다. 15~60살인 이들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아야 합니다. 소득재분배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지난해 말 취임한 박 이사장은 국내 안전보건분야 대표적 전문가다. 서울대 보건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 산업보건학 박사를 받아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재직해왔고 한국산업보건학회장, 노동부 정책자문위 위원,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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