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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롤런츠 국제협동조합연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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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한해 콘퍼런스 기조발제
“자영업자도 협동조합 만들어
직업 안정성 누릴 수 있어
한국 협동조합 ‘혁신적’ 발전” 먼저 협동조합은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소득이 낮아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확보하고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일감을 수주해 노동자인지 자영업자인지 모호한 플랫폼 노동자, 고용계약도 없이 돌봄이나 가사노동을 하는 비공식 부문의 노동자, 일을 해주고도 돈을 받지 못하기 일쑤인 프리랜서 예술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권익을 지켜가고 있다. 이번 국제 콘퍼런스에서도 예술인들이 수입의 6.5%를 회비로 내고 직장인처럼 여러 권리를 보장받는 유럽의 프리랜서협동조합 ‘스마트’(SMart)의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롤런츠 사무총장은 “자영업자들이 노동의 기준과 사회적 보호, 직업의 안정성을 지킬 수 있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이런 협동조합을 통해 자영업자이지만 고용된 것과 같은 안정성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2008년 금융위기처럼 주기적인 경제위기로 휘청이는 기업이 많다.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중소기업 창업자가 나이가 들어 기업을 그만두어야 하는 곳도 많다. 이런 업체를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인수해 경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때 성패를 가르는 것은 노동자협동조합의 경영능력인데, 롤런츠 총장은 “성공의 열쇠는 이들을 돕는 상위 기구의 역량에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나 지역 기반 연합회에서 전문적인 경영 컨설팅을 해주고, 신속하게 금융과 기술훈련을 제공하면 실패의 위험을 줄일 수 있어요. 종전엔 60~70%의 노동자 인수기업이 실패했는데 이런 도움을 줄 경우 실패하는 비율이 3분의 1로 줄었어요.” 그는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고민한다면 이런 노동자협동조합 기업을 돕는 연합회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어느 시기까지는 인큐베이팅 작업에 나서야 합니다”. 또 급속한 노령화에 따라 돌봄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는 여러 나라에서 생겨나는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주택협동조합은 간호, 조리, 급식 등 4~5개 영역이 함께 들어와서 돌봄을 책임지는 협동조합입니다. 좋은 성공 사례이죠.” 그는 주식회사에서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해피브릿지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한국에서도 일자리 창출과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협동조합이나 사회적협동조합이 만들어지는데, 짧은 시간에 매우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고 혁신적인 모습”이라고 평했다. 그는 또 변화하는 일자리와 노동문제에 협동조합이 활발하게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국제협동조합연맹이 법률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많은 협동조합이 설립과 확장기에 여러 어려움에 부딪히는데 특히 법률적 지원과 사회와의 소통 확대가 절실하다고 보는 것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협동조합연맹은 전 세계협동조합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협동조합의 원칙과 정체성을 지키고, 협동조합운동을 확산시키며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활동을 한다. 롤런츠 총장은 직전까지 아이시에이의 부문 조직인 국제노동자협동조합연맹(CICOPA) 사무총장으로 일해왔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사진 일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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