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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01 19:31 수정 : 2018.11.01 19:36

[짬] 중국 중산대 교환학생 설동준·남다희씨

지난 10월 19일 난징 리지샹 위안소 진열관 입구에서 설동준(가운데)씨와 남다희(오른쪽)씨가 류광지엔 리지샹 위안소 진열관 연구관원에게 한국어 팸플릿을 전하고 있다. 사진 설동준씨 제공

중국 광저우 중산대 교환학생인 설동준(경희대 언론정보학과·23)씨와 남다희(경희대 중국어학과·22)씨는 지난달 19일 광저우에서 1400km 떨어진 난징을 찾았다. 이곳에 있는 ‘리지샹 위안소 진열관’에 한국어와 중국어로 된 팸플릿 300부를 기증하기 위해서다. 리지샹 위안소는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아시아 곳곳에 세운 위안소 가운데 최대 규모이다. 온전한 형태로 남은 채 방치되다가 2003년 북한의 박영심 할머니(2006년 작고)가 위안소임을 확인해 주목을 받았다. 중국 당국에서 2015년 자료관으로 고쳐 ‘리지샹 위안소 진열관’으로 개관했다. 설씨와 최근 10여 차례 이메일로 만났다.

설씨는 올해 초 겨울방학 때 혼자 중국 여행을 했다. 상하이에서 찾아간 윤봉길 기념관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은 비교적 충실한 한국어 정보를 제공했다. 여행 막바지에 난징대학살 기념관과 리지샹 위안소 진열관을 찾았다. 둘은 가까운 데 있어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다. 난징대학살 기념관이 규모도 클 뿐더러 주요 모토인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처럼 역사적 고증에 심혈을 기울여 정말 잊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반면, 한국에서 끌려간 위안부만 150명 이상이나 되는 리지샹 위안소 진열관은 중국어나 영어 안내판이나 팸플릿에 견줘 한국어 설명이 너무 간략해 답답했다. 한국어 팸플릿은 없고 한장짜리 한국어 전단지가 있었는데 내용도 짧고 진열관이 언제 생겼는지 정도의 설명 밖에 없었단다. 이때 설씨는 ‘위안소는 물론이고 한국과 중국의 역사가 겹치는 수많은 장소에 한국을 더 진하게 새길 필요가 있다’고 결심했단다. 학생이라 모든 곳을 살펴볼 수 없어 우선 상징적인 몇 곳이라도 한국어 안내판과 팸플릿을 바로잡기로 맘먹었다고 한다.

중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군 복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고에서 영어-중국어과를 나왔지만 “입시공부에 혈안이 된 나머지” 중국어 공부는 아예 포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대학 1년을 마치고 2015년 입대했는데 그가 복무한 부대는 자격증 포상제도가 있었다. 휴가를 얻기 위해 자투리 시간을 투자해 자격증 시험에 몰두했다. 이렇게 해서 중국어 능력 시험인 에이치에스케이(HSK) 5급을 땄단다.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와 같은 이런 저런 책을 읽으며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게 중요하단 생각을 어렴풋이 하다 올 초 여행에서 구체화한 계획을 세운 것이다. 예산은 경희대가 운영하는 ‘경희꿈도전장학’ 프로그램에 선정돼 지원 받았다.

한국·중국어 팸플릿 300부 만들어
최근 ‘리지샹 위안소 진열관’에 기증
‘아시아 최대 일본군 위안소’ 자료관
난징대학살 기념관에 비해 안내 부실

“한-중역사 겹치는 곳에 한국 알리자”
‘황포군관학교 기념관’ 안내문 제작중

나중에 이 프로젝트에 합류한 남다희씨는 어렸을 때 중국에서 살아 중국어에 능통했다. 팸플릿 제작과 진열관 담당자와의 의사소통에서 큰 역할을 했단다. “처음엔 한국어 팸플릿만을 기증하기로 했으나 진열관 쪽에서 중문판 역시 마음에 든다고 해서 한국어와 중국어판 모두 기증했다. 우리가 만든 팸플릿은 한국인 관광객을 염두에 뒀다. 사진을 다양하게 추가했고 어떤 유물이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했다. 기존 전단지에서 잘못 쓰고 있던 어법을 바로잡았고 복잡한 문장은 알맞게 고쳤다.

진열관 쪽의 반응이 인상 깊다. 우리의 취지가 좋다고 호응한 것은 물론이고 ‘난징에 위안소 진열관이 있다는 게 한국에 더 많이 알려져 관심이 모이면 좋겠다’고도 했다.”(남다희) 남씨는 “진열관에는 중국 위안부 할머니 뿐만 아니라 이 장소를 확인해 준 박영심 할머니,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가 증언한 이용수 할머니 그리고 동남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할머니들의 영상과 글이 남아있고, 방의 원래 모습 등도 재연되어 있다”고 했다.

다음 목표는 광저우 황포군관학교 기념관에 우리말 안내판과 팸플릿을 기증하는 것이란다. “쑨원이 세운 황포군관학교는 김원봉 의열단장 등 수백 명의 항일운동가가 교육을 받은 곳인데 내부에 영어와 중국어 안내판 밖에 없다. 한국어 팸플릿도 없다. 광저우의 대한민국 임정 청사 건물은 현재 주민 거주지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광저우 한국 총영사관 쪽에 임시정부 유적지 안내판을 세우는 일을 돕고 싶다는 의견을 보냈고 기다리는 중이다.”(설동준)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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