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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민 경기문화재단 이사장. 경기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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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몸집 불린’ 재단 수장으로
“개성과 문화교류 이번엔 꼭 이룰터”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서 고초
‘우상과 이성’ 등 500종 이상 책 내
인문학적 음식 칼럼으로도 명성 학교로 돌아갈 수 없던 질곡의 시대, 그는 출판의 길을 택했다. 한길사 편집장과 학민사 대표로 있으면서 <우상과 이성> <민족경제론> <해방전후사의 인식> 등 500여 종의 인문사회과학서적을 냈다. 김 이사장은 “그때 대학생들을 다 우리 책으로 가르쳤다”며 껄껄 웃었다. 하지만 자유로운 야인 생활은 오래 가지 않았다. 1980년 전두환의 5·17쿠데타로 야당 정치인을 지냈던 부친(김윤식)과 함께 그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엮여 신군부의 합동수사본부에서 고문을 당해 왼쪽 고막이 터졌다. 이때 얻은 상처는 평생 그를 따라 다녔다. 독재의 시대, 민주를 꿈꾸며 역사의 한복판에 몸을 던져온 그이기에 남들은 ‘저항적 지식인’이라고도 하지만 그는 이런 말에 질색했다. 김 이사장은 “나는 민주주의자이고 평화주의자이고 문화주의자다. 나는 문화가 사회를 바꿀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작고한 노회찬 전 의원이 나와 똑같은 모토를 걸은 것을 알았다. 아마 내가 20여년 전부터 3대 주의자를 내걸었으니 내가 원조일 것”이라며 웃었다. 재단에 복귀하기까지 그의 삶 역시 역사와 문화를 벗어나지 않았다. 문화인류학적 관점이 녹아든 음식 칼럼 집필이 단적인 예다. ‘김학민의 음식이야기’ 연재(<한겨레21>)를 시작으로 음식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술에 관한 책도 냈다. 그는 20년 전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를 바라고 있다. 김 이사장은 “개성은 경기도와 한뿌리다. 왕성을 중심으로 200리, 왕성을 지키는 경계지역을 기전지방이라 했다. 문예실장으로 있을 때 개성과 문화교류를 위해 북측 인사들과 7~8차례 만났는데, 끝내 교류를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젠 문재인 대통령 노력으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커지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도정 키워드가 평화인 만큼 이번엔 꼭 성사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개성시 쪽과 예술단의 문화공연 교류, 개성 문화유적 공동조사·연구, 개성 문화유산 경기도 전시 등을 협의해 추진할 생각입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북한 전문가들과 함께 개성에 ‘평화대학’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4개의 평화대학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남북한의 평화대학을 꿈꾼다. 남북의 공동번영과 전쟁 없는 한반도를 위해 젊은이들이 만날 수 있는 곳인데 현재 구체적인 프로그램 개발도 진행 중이다”고 했다. 올해 나이로 일흔살인 그는 아직도 ‘청년’이다. 꿈을 꾸는 것만으로 그렇다. 그의 새로운 꿈은 이뤄질까. 김 이사장은 “곡절 많은 삶이었지만 시대를 함께 했던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으로 이미 내 삶은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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