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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한라산에 오른 린첸 도르지(가운데) 부탄 생물다양성센터 감독관이 선병윤(오른쪽) 전북대 교수와 함께 두 나라 고산식물의 공통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진오 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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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생물다양성연과 한라산 답사
“부탄 고산지대 식물과 비슷해 신기” 열대림~7천m 설산 ‘생물종 핫스폿’
벵골호랑이 150마리 전국 ‘어슬렁’
“경작지 국토 3%·기후변화 피해 고민” 창립 30돌을 맞은 환경과공해연구회(회장 이은주 서울대 교수)와 동북아 생물다양성연구소(소장 현진오 박사) 초청으로 방한한 린첸이 국립생물자원관과 국립수목원에서 강의를 마치고 제주까지 한라산을 찾은 이유가 있었다. “부탄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인 중국과 인도 사이에 낀 작은 나라입니다. 인구는 73만으로 제주와 비슷합니다. 아열대에서 아고산대까지 있고 생물다양성이 높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인도와 맞닿은 부탄의 남부지역은 해발 200m로 울창한 아열대 숲이 펼쳐져 있지만, 북쪽에는 히말라야의 7000m급 설산이 즐비하다. 이런 고도차에 더해 빙하기와 간빙기가 닥쳐도 계곡과 고산지대로 숨어들 피난처가 있기 때문에 멸종을 피한 고대 생물이 많이 남아 있다. 세계적인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된 이유이다. 그가 나열한 부탄의 고등식물 종의 규모만해도 엄청나다. 국토 면적은 남한의 절반이 채 안 되지만 식물종은 한반도와 비슷한 4524종에 이른다. 진달래속만 해도 한반도 통틀어 26종인데 부탄에는 46종이 있다. “4월과 5월 4800m 고산에 오르면 수십종의 진달래속 식물이 꽃을 피우는 장관을 연출한다”고 그는 전했다. 난초과 식물도 430종에 이른다. 150마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 벵골호랑이부터 눈표범, 희귀 원숭이인 황금랑구르까지 약 200종의 포유류가 서식하기도 한다. 새는 724종이 기록됐는데, “기후변화로 이웃나라에서 자꾸 넘어와 해마다 종수가 는다”고 그는 말했다. 아직까지 탐사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도 많다. 그는 “해마다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동·식물 종이 발견되고 있다”며 “사람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가지 못 하도록 한 곳도 많아 앞으로 생물다양성 목록은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부탄 최고봉인 강카르 푼섬산(해발 7570m)은 신성한 산으로 간주해 지역 주민도 오르지 못하는데, 세계적으로 전인미답 산 가운데 최고봉이다. 또 빙하가 녹아 생긴 호수가 2만7000여개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접근도, 연구도 안 된 곳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자연을 보전할 수 있었을까. 그에게서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동물을 죽이는 걸 죄악시하는 종교가 오랫동안 부탄의 자연을 지켜주었습니다.” 부탄은 공식적으로 불교가 국교인 나라이다. “누구나 마음에 불교적 생각과 믿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보전은 종교적으로 수행됩니다.” 그렇다고 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연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법 조항은 헌법 5조 3항이다. 여기엔 “정부는 자연자원을 보전하고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국토의 60% 이상이 항상 숲으로 덮여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현재 산림 비율은 72%이다. 여기에 국토의 절반이 국립공원, 자연보호구역,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모든 보호구역이 회랑으로 연결돼 있다. 덕분에 아열대 정글에 있던 호랑이가 2년 뒤 4000m 고산지대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보전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농지 부족이 가장 심각하다. “인구의 62%가 농업에 종사하지만 농경지는 3%에 불과합니다. 식량을 자급하지 못합니다. 국토가 온통 산이다 보니 가파른 산비탈도 개간해 옥수수 등을 재배합니다.” 그는 “농민들은 생존을 위해 힘들게 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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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린첸 도르지 감독관이 환경과공해연구회 창립 30돌 기념 강연회에서 ‘부탄의 생물다양성과 자연관’을 강연하고 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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