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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익 남북 생명농업협회 이사장. 그는 김대중 정부 외교안보수석, 주러시아 대사 등을 지낸 경험을 살려 친환경 농업을 매개로 한 남북 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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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방북해 북과 논의할 것
우선 인도적 교류로 신뢰 쌓을 터
유기농산물 공동 재배도 구상 중
‘유기농특별도’ 충북, 최적 파트너” 김대중 정부 시절 외교안보 수석 협회는 먼저 인도적 교류를 통해 남과 북 사이의 신뢰를 쌓아 나갈 참이다. 이팝나무 등 가로수 2만 그루, 유기농 액비 10톤, 씨감자, 농기구를 기증 등을 통해 이미 확보했으며, 통일부 등에 무상 지원 뜻을 전달한 상태다. 정 이사장은 “지금 북한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은데 남쪽의 우수한 기술이 북한에 들어가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고, 남쪽은 훌륭한 새 경작지와 유통 터전을 확보할 수 있다. 당장 남북 정부 간 교류가 쉽지 않는 터라 민간에서 먼저 물꼬를 터 보려 한다”고 말했다. 1997년께부터 북한에 양파 종자를 지원·재배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 선현상무 유한공사 전정순(70) 대표 등이 매파 구실을 하고 있다. 중국인인 전 대표는 올해 북한에서 양파 240㏊를 재배하는 등 북한 쪽과 20여년 동안 교류해 왔다. 전 대표는 “20여 년째 함경남도, 평안남도 등에서 이어온 양파 재배가 성공하면서 신뢰가 쌓인 상태다. 최근 방북해 인도적 지원·교류와 남북 생명농업협회, 협동조합 추진 관련 뜻을 북한 농업성 등에 전했으며,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 북한도 과학영농, 유기농 등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남북 농업교류를 넘어 남북 협동농장 합작·합영을 통한 유기농산물 공동 생산·유통, 기후·토양 공동 조사, 농업회사 법인 설립, 북한 내 농업대학원 개설 등도 추진할 참이다. 정 이사장은 “평양 근교에 100만평 안팎의 남북 영농 특구를 조성해 유기농 공동 재배를 구상하고 있다. 충북대와 연계해 북한 농업대학원을 세우고, 농업기술연구소 설립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 진전이 역시 관건이다. 정 이사장은 “7~8월께 방북해 북한 쪽에 남북 농업협력 의향서를 제출하고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이다. 정부는 물론 국회, 자치단체 등의 관심·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회는 충북도를 남북 생명 농업 교류의 파트너로 계획하고 있다. 충북도는 2015년 괴산군,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등과 세계유기농엑스포를 열었다. 2022년 9월께 유기농엑스포를 다시 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충북 옥천군은 2001년과 2005년 과수 묘목 6만1880그루를 북에 보냈다. 제천시는 2004년과 2007년 북한 삼일포 일대 5㏊에 사과·복숭아 과수원을 조성하고 틈틈이 과수 관리·농업 기술을 전수했지만 2007년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교류가 중단됐다. 정 이사장은 “유기농업 특별도를 표방한 충북도는 남북 생명농업 교류를 위한 최적의 파트너다. 유기농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국토 중앙에 자리 잡은 지리적 여건도 좋다. 충북이 남북 생명농업 교류의 메카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강명 충북도 농업정책과장은 “조합 조직이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고 남북 교류의 길이 열리기만 하면 적극적으로 도울 방침이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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